정부가 자원개발 공기업 출자예산을 추가 삭감한다. 결실을 얻는데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자원개발사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18일 기획재정부와 자원개발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에 대한 출자를 올해 예산에서 각 1000억원, 900억원 400억원 줄이기로 했다.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에는 각 3200억원과 27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으나 규모가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가스공사는 2000억원에서 1600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2800억원의 세출을 줄이기로 한 정부가 자원개발분야에서만 2300억원의 삭감한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회, 감사원 등의 자원개발에 대한 과도한 투자라는 지적 때문이다. 양적확대보다 에너지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데 방점을 둔 정부 의지도 반영됐다.
자원개발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근시안적 판단`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규모의 경제와 최소 10년 이상 장기투자가 기본인 자원개발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적인 잣대로 그릇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석유공사의 예를 보면 지난 2007년 투자에 나선 이라크 쿠르드광구는 2018년께부터 원유생산이 시작될 전망이다. 지난 정부에서 석유공사 대형화에 전폭적인 투자를 진행했지만 해외 자원개발기업들과 비교하면 70위권에 불과하다. 아직 메이저들과 어깨를 견줄 덩치도 안됐을 뿐더러 투자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도 너무 이른 것이다.
자원개발업계는 정부가 자원개발을 내실화하겠다고 하지만 그것도 기본 덩치(자본)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출자금을 줄이면 UAE 광구 등 계속사업 진행을 위해 빚을 질 수밖에 없고 부채비율이 늘어 부실화만 가속화 된다. 계속사업 유지가 힘들면 셰일가스 등 신규 자원확보에 대한 투자 확대는 말할 것도 없어 5∼10년 뒤 우리나라 에너지공급 사정 악화가 예견된다.
특히 새로 출범한 시진핑 중국 정부가 뭉칫돈을 통해 글로벌 자원시장 영토를 확대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자원개발업계 관계자는 “자원개발 공기업에 대한 출자는 내실화를 위해 꼭 필요한 부문인데 이를 목표로 한다던 정부가 출자금을 줄인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자원개발분야에 대한 홀대는 당장 5년 뒤면 국가 에너지수급 위기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단위:억원]
[자료:각 사 취합]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