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323>독서는 영원한 미완성

한 권의 책을 읽으면 그 책 속의 이야기가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지나온 삶의 궤적을 훑어주고, 지금 살아가는 삶을 반추하게 하며, 앞으로 살아갈 삶을 전망하게 한다. 책을 읽다가 기억하고 싶거나 내 삶에 적용해보면 좋은 구절을 부분적으로 메모하는 습관은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하는 습관이다.

그런데 본받고 싶은 작가의 책을 통째로 옮겨 적는 사람, 즉 필사적으로 필사하는 사람도 있다. 책의 내용을 남다르게 간직하고 싶어서 하는 방법일 수도 있고 지은이처럼 글을 쓰고 싶어서 무조건 베껴 쓰면서 저자의 글 쓰는 스타일이나 글을 쓰는 과정에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까지도 포착하기 위한 참으로 고된 방법이다.

손으로 하는 필사도 있지만 몸으로 하는 필사도 있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의 저자 정혜윤 PD는 몸으로 하는 필사의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예를 들면 체게바라의 책을 읽고 그가 여행한 남미를 따라 여행을 하다보면 체게바라가 곳곳에서 느낀 감흥을 독자도 그대로 몸에 각인시키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체게바라의 책이 몸으로 읽힌다. 눈으로 읽는 책보다 손으로 필사하며 읽는 책이 오래 기억된다. 책의 내용을 기억하는 수준을 넘어서 직접 내 삶에 적용하는 최적의 방법은 책에 나온 대로 직접 살아보는 것이다. 저자의 체험을 추적, 나도 똑같이 해보면서 저자가 책을 쓰는 과정에서 느끼는 모든 체험을 그대로 따라 가보는 것이다. 누군가의 책이 내 삶과 만났을 때 강렬한 전율과 감동이 일어난다. 체게바라의 삶이 녹아있는 책과 내 삶이 맞닿았을 때 몸으로 느끼는 깨달음이 다가온다.

나의 체험이 다른 사람, 특히 책을 쓴 저자의 체험과 맞닿을 때 내가 책을 읽고 깨달은 목소리는 강한 설득력을 지닐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직접 체험해본 사람만이 가슴으로 설득할 수 있는 스토리가 된다. 책을 읽고 저자와 똑같이 체험을 하면서 저자의 스토리와 나의 스토리가 비교되기도 하고 저자의 스토리에서 체험할 수 없었던 나만의 느낌이 나의 스토리에 추가되기도 한다. 삶을 이렇게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