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한다. 정부가 핵폐기물 처리문제 해결을 위해 던진 정면 승부수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정부방침은 기본적으로 환영받는다.
하지만 공론화위원회에서 공론화가 빠졌다는 우려다. 위원회가 출범해 공론화작업을 진행하기도 전에 중간저장시설 구축이라는 결론을 이미 내렸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선정과정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책수립 단계부터 다양한 집단과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할 것을 권고했다.
◇공론화 취지 살려야
공론화위원회는 현 정부 임기 내 중간저장시설 부지 선정과 착공을 기본 일정으로 잡았다. 중간저장시설의 설치 여부, 착공 시기 등이 이번 위원회 활동의 주요 쟁점이다.
중간저장 결정은 쉽지 않다. 분산형-집중형, 습식-건식 등의 방식이 결정돼야 한다. 가장 예민한 사항은 부지선정이다. 보상 문제도 맞물려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예민한 부분 중 하나인 부지 선정 과정을 5년 안에 완료하겠다는 것은 무리한 발상으로 보여진다”며 “공론화위원회의 계획이 짜맞추기식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폐기물 포화연도를 연장하더라도 시간에 쫓겨 서둘러 결정하는 우를 범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공론화위원회 모델인 영국 방폐물관리위원회(CoRWM)에서는 2003년 시작된 논의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중간저장시설이 아니라 임시저장시설을 더 짓는 것도 방법으로 제시된다. 그동안 논의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밀실협의 우려
위원회가 소수 전문가와 정부 관료만의 논의로 진행된다는 지적도 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범부처적 성격을 갖는다.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개발을 추진하는 미래창조과학부, 한미원자력협정을 추진 중인 외교부 등이 현안에 밀접한 부처다. 그럼에도 모든 논의가 산업부 주도로 이뤄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재처리·최종처분·중간저장 등 다양한 해결방안이 거론됨에도 불구하고 위원회는 중간저장이라는 방식만 제시하고 있다.
산업부 주도의 공론화 권고를 타 부처가 반발할 경우 이를 중재할 장치도 없다.
한 전문가는 “위원회가 핵폐기물에 관한 범부처 논의조직으로 이해되지만 실상은 산업부 단독성격이 강하다”며 “이 문제에 대해 산업부는 공식적 의견조차 내놓지 않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15인으로 규정된 위원회 위원 수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지역대표는 2명으로 한정돼 발전소 지역의 의견을 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원근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공론화 과정은 단지 의견조율이 아니라 상호 신뢰를 구축해가는 과정”이라며 “정부는 공론화의 필요성만 반복적으로 외치기보다 국민적 이해를 도모하고 불신을 없애는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