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를 이용해 높은 음질로 각종 음악을 즐기는 PC파이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 CD, MP3 등 다양한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데다 하드디스크 등 대용량 저장장치를 이용해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구입한 CD를 무손실방식으로 압축해서 음 손실 없이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소리를 개선시켜 준다는 명목 아래 검증되지 않는 제품이 비싸게 팔리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랜카드 가격이 ‘24만원?’ = 인터넷쇼핑몰 ‘사운드프라임’이 판매하는 ‘인텔 기가비트 랜 튜닝 DIY킷’은 인텔코리아가 유통하는 기가비트 이더넷 랜카드의 전원부분을 임의로 교체한 것이다. 상품 설명에는 ‘인텔 기가비트 유선 랜카드를 이용하여 제작되며 네트웍플레이어 사용 시 전송 품질을 높여주어 음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라는 문구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영향’ 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주목할 점은 가격이다. 이 상품에 포함된 랜카드 ‘EXPI9301CT’는 용산전자상가나 오픈마켓 등지에서 4~5만원에 팔리는 제품이다. 하지만 이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DIY킷 가격은 무려 24만 원이다. 원가의 6배 가까운 가격을 받는 셈이다. 게다가 직접 인두를 이용해 납땜하는 대신 작업을 의뢰한다면 추가 비용 3만원을 포함해 27만원이나 든다.
◇ “랜카드와 음질은 연관성 적어” = 랜카드를 바꾸면 음질이 높아진다는 말이 사실일까. 익명을 요구한 네트워크 전문가는 “현재 메인보드에 내장되는 기가비트 이더넷용 칩셋은 대부분 원가 절감을 위해 보급형 칩셋을 쓴다. 대용량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전송하는 프로그램을 자주 쓴다면 따로 랜카드를 달아 안정성을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인이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두드러지는 효과를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또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다가 에러가 생길 경우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짧은 시간 안에 오류를 수정하는 기능이 이미 들어가 있다. 또 비싼 랜카드라 전송 품질이 높아지고, 보급형 랜카드라 해서 깨진 데이터가 전송되는 것도 아니다. ‘음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굳이 20만원 넘는 돈을 들여가며 해당 제품을 구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랜카드의 보증 문제도 남는다. 해당 랜카드를 국내 판매하는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제품을 개조한 시점에서 인텔의 보증은 무효가 되며 개조된 랜카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도 개조한 본인이나 판매한 업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 “사운드카드·스피커에 투자해야” = PC파이 분야에서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비싸게 팔리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은으로 만들어진 시리얼ATA(SATA) 케이블, 노이즈를 막아 주는 USB 케이블 등 흔히 쓰이는 케이블보다 몇 십배에서 몇 백배 이상 비싼 제품들이 단순히 ‘소리가 좋아진다’는 근거 없는 선전문구 아래 팔리고 있는 것이다.
한 음향 전문가는 ‘디지털 음향 재생과정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 음향을 재생하는 과정은 데이터를 저장매체에서 읽어오는 과정과 재생하는 과정으로 나누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하지만 하드디스크나 SSD, 혹은 네트워크 저장장치에서 파일을 읽어올 때는 원본 파일과 차이가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들어간다. 2천원짜리 SATA 케이블이나 수십만원짜리 SATA케이블이나 전송되는 데이터는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이런 비싼 케이블을 쓰면 PC 내부에 존재하는 냉각팬이나 전원공급장치를 통해 유입되는 전기적 잡음(노이즈)을 다소 줄여 주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전원을 공급받는 USB방식 사운드카드나 DAC를 쓰면 더 낮은 값에 확실하게 노이즈를 줄일 수 있다. 근거 없는 비싼 케이블보다는 스피커나 사운드카드에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