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일감몰아주기와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를 뿌리 뽑겠다는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인사청문경과 보고서가 지난 19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IT분야 일감 몰아주기인 시스템통합(SI)과 부당한 하도급제도 개선이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공정위는 수장 취임과 함께 국회에서 논의하는 강화된 공정거래법 개정을 보다 빠르게 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국회 정무위는 지난 19일 노 후보자가 도덕성은 미흡하지만 경제민주화 등 산적한 경제 현안을 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해 청와대에 송부했다. 노 후보자는 18일 열린 국회 인사 청문에서 “대기업 집단이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의 사익을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 영역을 침투하거나, 전후방 연관 시장에서 독과점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대기업의 부당한 일감몰아주기를 근절시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IT분야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대표적인 게 SI다. 그룹 계열 IT서비스업체가 그룹사의 전산시스템을 통합해 관리하는 것이다. 공정위가 2010년 매출 기준 주요 재벌 소속 20개 관련 업종의 2011년 내부 거래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SI는 총 내부거래 금액이 4조4806억에 달했다.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64%였다. 8개 IT서비스업체가 관련됐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공정위는 SI 분야 일감몰아주기를 보다 강력히 처벌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하면 공정위는 SI 분야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전면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 관련 회사가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이전보다 강화된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현재는 일감을 몰아준 회사에만 2~5% 과징금을 물린다.
하지만 개정안은 일감을 몰아준 회사와 받은 회사 모두에 관련 매출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그룹 입장에선 매출중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낼 수 있는 것이다. 재벌 총수가 관여한 상황이 발견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2억 원 이하 벌금도 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IT서비스업체들의 현실을 무시한 과도한 제재라는 비난도 높다. 각 그룹의 보안과 업무 효율성상 내부거래가 필수인데 개정안이 이를 감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사학연금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관련 공정거래법제의 쟁점과 과제` 정책세미나에서도 신영수 경북대 교수는 “일감 몰아주기는 중소기업 고유 업종 침탈, 총수 일가에 대한 편법적 상속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 비난의 여지가 있지만 반대로 기업 입장에서는 거래비용 내부화, 리스크 분산, 기업 비밀유지 등 경영효율성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IT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가 된 상황에서 데이터베이스(DB),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같은 핵심 전산업무를 내부 계열사가 아닌 경쟁사에 맡기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공정위의 하도급제도 개선도 보다 힘이 쏠릴 전망이다. 노 내정자가 인사 청문에서 “대기업들이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부당한 단가 인하나 기술, 인력탈취 등의 불공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기술개발과 창업벤처의 시장진입을 가로막는 카르텔(담합)에 대해 한번 적발되면 기업이 망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강력한 규제시스템을 설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제품을 납품하고도 결제를 받지 못하거나, 개발을 의뢰 받은 중소기업이 비용을 들여 완료한 후 돌연 납품이 취소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하도급 대금 지급 보증제가 있지만 준수하는 대기업은 미미한 실정이다. 또 현행 하도급법에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대해 `하도급 대금 지급 보증서`를 교부하는 것이 의무화돼 있지만 보증서 교부율이 45% 정도로 미미하다.
세종=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