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택시, 전세버스 업체의 러브콜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노병진 서울소프트 대표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 회사는 운수사업자용 전사적 자원관리(ERP)를 공급하는 회사다.
노 대표는 “비효율적인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운수 사업자들과 그 적자를 메우느라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방자치단체에 솔루션을 제시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RP는 기업의 모든 자원을 최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자금, 회계, 구매, 생산, 판매 등 모든 업무의 흐름을 자동 조절한다.
노 대표가 처음부터 버스 및 운수업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2004년 7월 서울시가 `선진 대중교통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서울 시내버스 체계를 대대적으로 바꿨다. 때마침 지인의 권유로 간선버스 회사에 입사하게 되고, 선진 시스템 도입을 위해 서울시가 결성한 노·사·관 협력 TF팀에 합류하게 됐다.
노 대표가 현장에서 접한 버스 회사의 현실은 너무도 열악했다. 당시 1200명의 버스 회사 직원을 노 대표를 포함한 3명의 직원이 모두 관리했다.
노 대표는 “선진국에서 서울시 대중교통 시스템을 견학하기 위해 담당자들이 내한할 정도였다. 하지만 인건비를 수작업으로 일일이 계산할 만큼 경영방식은 낙후돼 있었다”면서 “일이 너무 많아 하루 세 끼를 회사에서 해결하는 생활을 6개월가량 지속했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노 대표는 버스 회사의 실체를 알아갈수록 충족돼야 할 아이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틈틈이 여객운송업체에 적합한 ERP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전산 알고리즘을 짜고 도면을 그렸다.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ERP 전문 개발자가 필요했다. 전문가를 찾아서 열심히 돌아다녔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ERP 개발자와의 소주한잔이 인연이 돼 평생 동반관계를 맺고 함께 개발에 들어갔다. 그 후 2년만인 2010년에 개발에 성공했다.
서울소프트는 맞춤형 ERP 개발에 보름에서 최장 2달 정도가 걸리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프로그램이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는 것에 비하면 확연하게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는 개발된 운수업체용 표준 ERP에 각 업체별 적합한 기능들을 추가하고 필요 없는 기능은 제거하면 되기 때문이다.
무자본으로 창업을 시작한 노 대표는 성공비결을 고객과 고객의 니즈에 대한 정확한 이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기술창업자들이 기술을 먼저 개발해놓고 고객을 찾는 방식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또한 ERP개발을 아웃소싱해 인건비와 같은 고정비를 최소화하고, 인력을 운수회사 출신 임원 및 영업 인력 위주로 편성하여, 내부역량을 영업에 집중한 것도 또 다른 성공비결이다.
창업 준비 시 가장 중요한 것 사업계획이라고 지적한 노 대표는 지금까지도 사업계획서를 수정한다.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사업을 계속 가치 있게 만드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한 번 창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노 대표에게 공간과 사업 활동비, 코칭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창업을 지원해주는 서울시 청년창업1000프로젝트는 큰 도움이 됐다.
노 대표는 “현재 전국 시내버스, 택시, 전세버스 업체 60여 곳에 공급해 사용 중”이라며 “올해 목표는 100여 곳에 공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빠서 너무 행복한 봄”이라며 웃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