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IT 분야의 신규 공사 발주가 멈췄다. 소프트웨어(SW) 산업진흥법 개정안 시행으로 한국전력공사의 전력IT 자회사인 한전KDN이 관련 공사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서부터다. 불똥은 중소기업으로 튀었다. 발주 공백으로 관련 중소기업들이 먹거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2일 전력IT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전KDN을 통해 발주되는 전력IT 공사 및 유지보수 사업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KDN은 지난해 1분기 680억원의 SW 매출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수주가 단 한 건도 없다. 한전KDN은 한전 전력IT 사업부문을 전문화하기 위해 분리한 자회사다. 그동안 발전소 및 송·변전 시설의 관리·제어·보안 사업에서 중소기업과 함께 사업을 수행해 왔다. 민간 SI시장 쪽으로 사업을 확대하려 했지만 공기업 지위로 진출이 제한됐고 최근에는 계열사 간 거래까지 막히면서 한전 공사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소프트웨어 사업 참여제한 항목 중 국방·치안·전력은 예외로 돼 있지만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로운 점도 이번 사태를 키우고 있다. 올해 한전KDN이 전력IT 부문에서 예외 심의를 통과한 공사는 60여건 중 2건에 불과하다.
한전KDN 업무 마비가 장기화되면서 여파는 협력 중소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법안 개정으로 한전KDN이 전력IT 공사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없게 됐지만 대안 역시 아직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전과 발전공기업들도 계열 IT 전문사가 사업수행 권한을 잃은 상태여서 마음껏 신규 공사를 발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일부 중소기업들은 재계약 시한이 넘었음에도 발전공기업들과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연장계약을 진행하지 못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는 정부가 한전KDN 사태를 신속히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력IT 부문 예외를 확실히 인정하거나, 아니면 한전KDN의 역할을 재정립해 전력IT 시장 발주를 다시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일각에서는 한전KDN을 다시 한전 IT사업부로 편입시키거나, 연구활동 전문집단으로 규정하는 특단의 조치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 경우 IT 발주사업의 중개사업자가 없는 만큼 중소기업의 수익구조가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 SI만 수행해오던 한전KDN의 존재 명분이 약화되면서 전력IT 공사 발주 시장에 일대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가 결단을 내려 전력IT 관련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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