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중소기업 A사 대표에게서 이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기술 개발을 한다는 소식에 일본 굴지의 프린터·복사기 업체로부터 부품 개발 의뢰를 받았다는 것. 회사 대표는 “삼성에 납품한다는 소문을 듣고 일본 대기업 임원이 직접 회사를 찾아오기도 했다”며 “6월에는 일본에 수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9년 설립된 회사는 지금까지 수출실적이 없다.
A사는 삼성전자 중소벤처 동반성장 프로젝트인 `연구개발(R&D) 성과 공유 투자사업(신기술 개발 공모제)`에 선정된 곳이다. 계약조건상 회사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시작된 지 1년여가 지난 프로젝트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2011년 7월 시작된 프로젝트는 삼성전자가 신기술 공동개발을 목적으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하 재단)에 1000억원을 출연해 추진됐다. 특화 기술을 보유했으나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개발비 70% 이내에서 최고 10억원을 지원한다. 실패해도 지원금을 회수하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재단에 따르면 23일 현재 최종 선정 과제는 30개사 31개다. 240억원가량이 집행됐다. 프로젝트는 기업에서 수요 예산이 생기면 재단에 요청해 자금을 받는 구조다.
2년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선정업체가 많지 않은 데는 삼성 내부 기준이 영향을 줬다. 삼성은 개발 결과물을 구매하고 있어 회사 기술개발 방향과 맞지 않으면 선정하지 않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청이 많이 들어왔지만 기술개발 방향과 맞지 않는 게 많았다”며 “1~2년 내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주로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과제 선정에는 철저하게 기술을 본다. 이 때문에 매출실적이 전무한 기업도 선정됐다. 과제는 재단과 삼성전자 검토 후 내외부 기술전문가가 최종 선정한다. 삼성전자는 출연금 1000억원이 소진될 때까지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재단과 공동으로 설명회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재단은 이번 사업이 매우 성공적이라고 본다. 선정 업체도 삼성 협력사가 되는 동시에 대기업 기술 트렌드를 직간접으로 볼 수 있어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다.
재단은 반응이 좋자, 프로젝트 추진 계기가 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상 `동반성장 투자재원 출연 세액공제제도` 연장을 추진한다. 2010년 조특법 개정으로 마련된 것으로 올해 말까지 한시 적용된다. 삼성전자 R&D 성과 공유투자는 법 개정 후 시행된 첫 사례다.
박노섭 재단 성과공유확산부장은 “실질적인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문화 확산도 중요하지만 공동 R&D 투자가 더 필요하다”며 “올해 말로 지원제도가 없어지면 R&D를 통한 동반성장 제도는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표】삼성전자·대중소기업협력재단 신기술개발공모제 개요
※자료:대중소기업협력재단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