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넬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홀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자란 성실한 소년이다. 그는 열심히 공부한 끝에 원하던 대학에 합격한다. 그러나 카넬은 축하 파티를 즐기던 중에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다. 평소 건강했던 아이가 쓰러진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해 치료가 늦어지면서 상태는 점점 악화된다. 다양한 검사를 시도한 끝에 하우스 박사는 카넬이 책가방에 달고 다니던 작은 장식품이 소년이 쓰러진 원인이었다는 것을 밝혀낸다. 그 장식품은 카넬의 아버지가 고물상에서 발견한 독특한 모양의 금속 제품으로 카넬은 이를 부적처럼 가방에 달고 다녔다. 그런데 이 장식품은 방사능 물질이었다.
![[과학, 문화로 읽다]매력적이지만 위험한 방사능](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4/25/420664_20130425111550_411_0001.jpg)
지난해 전미 시청률 5위로 종료한 미국 드라마 `닥터 하우스` 시즌 2의 한 에피소드다. 한 소년의 죽음의 문턱까지 몰아넣은 것이 가방에 매달고 있던 장식품 때문이며, 그 장식품이 방사능 물질이었다는 설정은 아무리 드라마가 허구지만 어이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는 지난 1987년 브라질 어느 한 마을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세슘(cesium)의 원자량은 123.9055이며 원소 번호는 55다. 1860년 독일의 구스타프 키르히호프와 로베르트 분젠이 알칼이 금속의 발광 스펙트럼을 연구하던 중 푸른 빛을 내는 미지의 물질을 발견하고 라틴어의 청색(caesius)이라는 단어에 착안해 세슘이라 이름 붙였다. 세슘은 은백색의 무른 금속으로 녹는 점이 28.5도로 낮아 상온 부근에서 액체 상태가 되기도 한다. 세슘의 방사선 동위원소는 핵분열 생성물의 하나로 원자로 속에서 생성되며 핵연료 재처리의 부산물을 얻는데 이용된다. 세슘과 접촉하면 몸, 특히 생식세포에 심각한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방사능 물질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려면 우선 동위원소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물질의 기본을 구성하는 원자는 크게 원자핵과 전자로 이뤄지며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의 짝으로 이뤄져 있다. 이러한 원자 중에서 양성자와 중성자의 개수가 한 두개 더 많거나 적은 원자들을 동위원소라고 한다. 그런데 양성자와 중성자의 개수가 원래 원자의 개수보다 많거나 적으면 상태가 불안해진다. 그러다가 원자가 붕괴되면서 나오는 에너지가 바로 방사선이다.
폭탄은 터지는 순간에만 사람을 해치지만 원자폭탄은 터질 때 발생하는 강력한 섬광과 폭풍, 고열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 주변을 방사능으로 오염시켜 지속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암, 백혈병, 골수종, 면역 체계 이상, 탈모 등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다. 가끔 인간들은 자신의 두 손을 이용해 스스로의 목을 조이는 우를 범한다. 방사능은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지구에 존재하던 물질이다. 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잠자고 있던 방사능을 끄집어 내 이용가능한 형태로 바꾼 것 뿐이다. 매력적이지만 위험한 이 물질을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이제 인류에게 달렸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