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이슈]스마트폰 `센서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오클랜드는 가난하고 범죄율도 높다. 오클랜드상업개발공사는 투자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스트리트라이트데이터라는 벤처기업을 찾았다. 이 회사는 이동통신사와 내비게이션 기업으로부터 사용자 정보를 입수해 지역 교통과 인구 정보, 상권 정보 등을 인터랙티브 지도 형태로 제공한다. 분석 결과, 부유층 사람들이 인근 교외 지역에서 오클랜드를 거쳐 샌프란시스코로 출퇴근하며 젊은 층은 야간에 오클랜드에서 유흥을 즐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오클랜드 인구통계학 데이터에는 보이지 않던 사업 기회가 포착된 것이다.

[이머징 이슈]스마트폰 `센서스`

공사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대형 양판점이나 프랜차이즈 체인에 현지 점포를 내라고 설득할 방침이다.

MIT테크놀로지리뷰에 소개된 이 사례는 스마트폰이 만들어내는 `집합적` 정보의 효용을 잘 보여준다. 스트리트라이트가 생산한 정보는 수많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사용 행태를 수집하고 분석해 얻어낸 것이다.

이런 분석이 가능한 것은 스마트폰이 곧 당신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당신이 언제 어디로 가며, 어느 곳을 많이 방문하는지, 무엇을 얼마나 사는 지 안다. 당신과 항상 함께 하는 스마트폰 GPS 센서에서 나오는 위치 정보와 지도에서 찾는 길, 검색창에 입력하는 검색어들, 실행하는 앱과 결제 정보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정확하게 말해준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고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 및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술이 확산되면서,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쏟아내는 정보는 현대의 실시간 `인구 및 산업 센서스`가 되어가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빅데이터 분석 정보가 세계 이동통신 업계 신사업으로 떠오른 가운데, 단순 상권 분석이나 마케팅 정보 제공뿐 아니라 도시를 보다 스마트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밑바탕이 될 수 있으리란 기대다.

◇통신사 신사업으로 주목

최근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수많은 정보를 수집·가공해 유용한 정보를 만들고 이를 판매해 신성장동력을 찾으려는 통신업체와 스타트업 기업의 노력이 한창이다. 미국 최대 이통사 버라이즌은 작년 10월 `프리시전 마케팅 인사이트` 사업을 시작했다. 이동통신 사용자 정보와 지역 인구통계 정보를 결합해 `익명화`한 정보를 제공한다. 옥외 광고나 스포츠 시설, 각종 마케팅 활동을 위한 맞춤 정보다. 지난 2월 열린 슈퍼볼 경기장에는 볼티모어 레이븐스 팬이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팬보다 3배나 많았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유럽 텔레포니카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상품을 내놓았다. SK텔레콤도 지역 상권 정보를 제공하는 `지오비전`을 내놓았다. 현대카드·통계청·부동산114 등과 제휴하고 자사 기지국 유동인구 DB와 계열사 DB를 활용한다. 2차원 지도에 지역별 유동인구 등 다양한 공간정보를 더해 업종별 업소 현황, 업종별 매출과 소비 패턴 등 다양한 마케팅 정보를 보여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용자 구매·통화·인맥 데이터뿐 아니라 다른 기업 및 기관이 보유한 DB와도 융합해 다양한 분석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통사는 사용 행태 관련 정보를 외부에 공개해 보다 다양하고 혁신적인 데이터 활용 방안을 찾기도 한다. 오렌지는 아프리카 아이보리코스트 500만 가입자 간 2억5000만건의 익명화된 통화와 문자 사용 기록을 공개하고, 이를 활용한 연구 프로젝트 대회를 개최했다.

◇더 스마트한 도시

스마트폰에서 창출된 이 정보는 현재 주로 지역 상권 분석이나 마케팅 도구로 주로 쓰인다. 한발 더 나아가 보다 효과적 도시계획 수립이나 교통 정책 결정에도 기여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높다. 에어세이지라는 미국 벤처는 미국 이동통신사와 제휴해 사용자 행태 정보를 모아 이를 실시간으로 익명화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주민 행태에 따라 효율적 교통 체제를 만들려는 지역 교통 당국 등이 주 고객이다.

스트리트라이트데이터와 오클랜드 협력도 이동통신사에서 나온 빅데이터를 도시계획에 활용한 경우다.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며, 어디서 일하고 거주하고 쇼핑하는지, 특정 시간에서 교통 상황은 어떤지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원활한 교통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 로라 슈웰 CEO는 본래 친환경 교통을 구현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그는 MIT테크놀로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사용자에 대해 더 잘 분석해 보다 소비자 가까운 곳에 점포를 열면 교통량이 줄어 오염도 감소한다”며 “마케팅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의 부산물로 친환경 교통도 가능케 한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개인 정보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

스마트폰 빅데이터 활용의 가장 큰 장애물은 개인정보 문제다. 자신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수집·분석된다는 점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용자가 많다. 관련 기업은 데이터를 철저히 익명으로 처리하고, 개인이 드러나지 않도록 집단적으로 통합한 정보만을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위치기반 서비스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미 2011년 경찰이 구글과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이 개인 위치정보를 불법 수집한다며 수사했다 유야무야 종료했다. 이들 기업이 수집한 정보가 다른 정보와 결합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아이폰을 해킹해 쉽게 사용자 이동 경로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개인정보 제공으로 가능한 혁신적 서비스로 얻는 유익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관건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