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 출시를 앞둔 폴크스바겐의 신차 `폴로(POLO)`가 사라졌다. 회사는 특별 조사반 `VSI`를 구성하고, 사라진 폴로를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거듭했다. 23일엔 기자들을 수사관으로 임명했고, 24일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사라진 폴로의 단서를 찾게 했다. 결국 22일까지의 몇 가지 단서가 발견됐다. 수십여장의 과속 딱지, 주유소에서 몰래 찍힌 장면 등 사진을 통해 본 범인은 꽤나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신차를 공개하는 날인 24일 저녁엔 자진출두한 용의자들을 모아놓고 사건을 분석했고, 이들이 혐의를 벗기 위해선 여러 가지 미션을 해결해야 했다. 그런데 조사 도중 범인이 차를 몰고 나타나는 대범함(?)을 보였다. 카레이서 복장의 유명 자동차 TV프로 주인공 모습을 한 그는 폴로를 운전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차를 가져갔다고 밝혔고, 헬멧을 벗는 순간 신차발표회장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모습을 드러낸 그는 다름아닌 폭스바겐코리아 박동훈 사장이었다. 결국 `폴로 실종사건`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폴로는 폴크스바겐의 대표 차종인 골프보다 작다. 게다가 90마력짜리 1.6리터 TDI엔진을 탑재한 탓에 얕잡아보기 일쑤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분명 매력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폭스바겐은 이런 점을 극복하면서, 본질에 충실한 차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차가 사라진 건 `행사 기획 의도`다. 그리고 기자들을 수사관으로 임명하며 진행한 교육 프로그램은 `짐카나`와 `시승행사`다. 또한 단서를 찾고, 유력한 네 명의 용의자들을 통해 폴로의 네 가지 매력을 강조했다. 게다가 스스로를 용의자라고 부르는 `고객`들을 행사장에 초청해 행사를 열었고, 이 자리에 박동훈 사장이 신차를 몰고 나와 차를 소개했다. 자칫 평범할 뻔한 행사지만 시나리오를 통해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사례라는 평이다.
이날 박 사장은 “폴로는 감성적인 차다. 운전의 재미를 강조하고 싶어서 이번 행사를 준비하게 됐고, 2500만원 이하에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독일 차가 폴로”라고 강조했다.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