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생태계 바로 세우자②]불합리한 공공 발주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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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정보화 사업의 발주제도에 따른 문제점도 소프트웨어(SW) 산업을 멍들게 하는 이유다. 특정 기간에 대다수 공공기관이 정보화 사업을 발주함에 따라 중소 SW기업들은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SW기업들은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연말이 지나면 새로 사업을 착수하는 5~6월까지는 아무런 사업도 수행하지 못한 채 직원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박환수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업정책실장은 “대부분 공공기관이 3~4월에 정보화 사업을 발주, 5~6월 사업을 착수한다”며 “모든 공공기관이 동일 시점에 사업을 발주하다 보니 하반기에는 SW 개발인력을 찾지 못할 정도로 일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4월까지는 프로젝트가 없어 유휴인력이 발생, 많은 비용을 낭비하게 된다.

한 SW업체 대표는 “공공기관이 발주를 준비하는 기간은 중소 SW기업에는 공백 기간이나 다름없다”며 “공공분야 전문 인력임에도 불구, 울며 겨자 먹기로 금융이나 제조 등 다른 분야에 인력을 투입한다”고 말했다. 전문분야 기술인력 양성에 저해 요인이 된다.

이는 정보화 사업이 발주 당해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정부 계약관행 때문이다. 2년 이상의 장기간 대형 프로젝트도 단년제를 적용,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매년 사업자를 다시 선정한다. 해마다 사업자가 변경돼 사업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전년 사업에 대한 연계가 이뤄지지 않아 품질이 낮아지기도 한다.

올해는 정부조직법 통과 지연으로 공공기관의 동시 발주 폐허는 더욱 컸다. 미래창조과학부 등 새로 구성된 정부부처가 지각 출범해 상당수 공공정보화 사업 발주가 미뤄졌다. 통상 공공정보화 사업의 상당수가 늦어도 3월 발주되는데 올해는 4월 중순 발주가 시작됐다. 부처 정보화 사업 담당자가 정해지지 않는 등 업무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정 SW산업진흥법 시행으로 상세 제안요청서(RFP) 작성도 발주지연 원인이다. 상세 RFP 작성 경험이 없는 다수 공공기관은 발주 준비에 많은 기간을 소모했다. 587억원 규모의 전자정부 사업도 최근에서야 사업설명회를 열고 발주를 시작했다. 일부 공공기관 정보화 사업은 발주 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중소 SW업체는 주력 공략 분야를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대학이나 민간 시장으로 바꾸고 있다. SW업체 대표는 “중소 SW기업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 참여를 전면 제하는 개정 SW산업진흥법을 시행했지만, 사업 발주가 이뤄지지 않아 주력 사업 분야를 공공에서 민간으로 선회했다”고 전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