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보운전 김여사가 동창회 참석을 위해 차에 오른다. 스마트폰 일정표를 차로 전송하자 내비게이션에 목적지가 표시된다. “출발”이라고 명령하자 자율주행이 시작된다. 복잡한 아파트 주차장을 가볍게 빠져나와 도로에 진입한다. 도로 정보가 차로 전송되고, 안전하고 빠른 길을 찾아 자동으로 달린다. 도착 5분전 주차장을 예약하고 주차도 알아서 해준다. 김여사는 그 동안 모바일 쇼핑을 즐긴다.
자동차부품연구원(원장 허경) 지능형자동차기술연구본부(지능차연구본부)가 꿈꾸는 자동차의 미래는 이처럼 초보운전자도 `운전의 두려움`에서 해방되는 자율주행자동차다. 흔히 `무인자동차`로 불리는 이 차는 위성항법장치(GPS)와 스테레오 비전, 레이저 스캐너, 방향 제어기 등 첨단기술의 도움으로 운전자 조작 없이 스스로 목적지까지 주행하게 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물론 `구글카` 사례에서 보듯 정보통신(IT) 기업까지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안전성·편의성 측면에서 기술개발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지능차연구본부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무인차 연구개발 도우미를 자처한다. 일반 기업이 하기 어려운 기초·기반기술을 개발해 이를 이전해주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무인차 기술 개발을 도와 이를 완성차 대기업과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에 힘을 쏟고 있다. 전직원 370여명인 자동차부품연구원 내에서 가장 많은 90여명의 연구원을 보유할 만큼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개발 촉진` 과제를 주도하며 우리나라 무인차 기술개발을 앞장서 이끌고 있다. 올 가을에는 전국 규모 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본부 내 6개 센터가 각자의 전공분야를 유기적으로 무인차 한 대에 통합할 줄 안다는 것이다. 위에 든 김여사 사례에서 내비게이션과 도로정보 탐색은 GPS 전공인 차량IT융합연구센터가, 복잡한 주차장 주변 장애물 인식은 스마트자동차기술연구센터가, 주행 시 동력 및 브레이크 조절은 차체섀시기술연구센터가 담당한다. 각각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무인차의 안전한 주행은 불가능하게 된다.
김병수 지능형자동차기술연구본부장은 “스마트카를 다룬다고 해서 단순히 IT·전자 분야만 잘 알아서는 곤란하다”면서 “우리 본부는 차를 먼저 이해하고 그 위에 스마트 기술을 접목하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무인차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