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력산업과 침묵의 나선

커뮤니케이션학에 `침묵의 나선` 이론이 있다. 특정사안에 대해 일부의 주장이 커지고 이를 몇몇이 지지하게 되면 그 반대의 의견은 고립의 두려움에 점점 침묵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쉽게 풀면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기자수첩]전력산업과 침묵의 나선

침묵의 나선 효과의 무서운 점은 반대편 의견의 침묵으로 마치 특정 주장이 전체 의견처럼 포장된다는 점이다.

지금 국내 전력산업에도 침묵의 나선 효과가 팽배해 있다. 발전소와 송전탑 등 전원설비 건설에 있어 나오는 갈등 얘기다.

전원설비 갈등 지역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목소리는 `비현실적 보상` `생활터전 상실` `환경오염` `무차별 개발`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대부분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이다. 하지만 그 현장을 직접 가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반대의견이 분명 있지만 그와 달리 찬성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침묵의 나선 효과로 그 의견을 외부로 표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제3의 이권이 개입하면서 사안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반대 주장을 여러 미디어 채널을 통해 확산하고 그 과정에서 침묵의 나선 효과를 유도한다.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일련의 작업이 더욱 쉬어지고 있다. 결국 다른 의견을 가진 주민은 “우리들만 있어서 하는 얘기지만” 정도로 만족한다.

침묵의 나선 효과를 이용해 대안 없는 반대로 전원설비 계획의 취소만을 외쳤을 때 그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온다. 안타깝게도 벌써부터 발전업계는 신규 발전부지 부족을 고민하고 있다. 민간발전사들은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설비증설 계획을 잡지 못하고 그나마 부지를 확보한 사업도 지역반대로 시간만 끌고 있다. 발전공기업들은 기존 발전소 유휴부지를 쪼개 쓰고 있다.

지난 2월 첫 공청회가 무산되고 다시 열린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재 공청회에서 정부는 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대표를 패널로 초청했지만 무산됐다. 각 단체별로 많게는 80개의 군소규모 이권이 얽혀 있어 이를 대표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전원개발의 반대는 사회감시 차원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대안 없는 반대는 무책임이고, 다른 의견에 연막을 피우고 반대만이 전체 의견인양 포장하는 것은 도덕성 문제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