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불황기에 접어들면 미니스커트가 잘 팔린다는 속설이 있다.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하려는 심리에서다. 기분전환용 립스틱 판매도 늘어난다. 반면에 생계형 절도범죄도 덩달아 늘어난다.
보안업계에도 통하는 속설이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고 삶이 팍팍해지면 `범죄 종결자`로 불리는 CCTV와 같은 무인 영상감시 장비 수요가 늘어난다. 출동경비 서비스 가입자 역시 해약보다 신규 가입이 많아지는 `순증` 현상이 나타난다. 정확한 상관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가 보안 수요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영상감시 시장에서는 저화소 아날로그 CCTV에서 고화소 디지털로의 전환수요가 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녹화된 영상 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영상 빅데이터 시대가 서서히 열리고 있다. 스마트 영상감시를 위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시장에 대한 전망이 밝은 이유다. CCTV 및 DVR 업계는 건설경기가 또 하나의 변수가 될 것으로 지목한다.
DVR 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등 건설경기는 시장의 추가 성장을 견인할 변수”라며 “지난 몇 년간 건설경기가 가라않으면서 신규 설비투자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CCTV 변신의 끝은 어디인가
국내 시큐리티 시장은 불황의 무풍지대다. 우선 에스원·ADT캡스·KT텔레캅 `빅3`가 주도하는 물리보안 시장의 성장률은 연평균 13%다. 이들 3사의 점유율은 85% 정도로 추산된다. 지역별 군소 보안기업까지 합친다면 수십개 기업이 영업 중이다. 국내 물리적 보안 시장은 2조원 안팎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CCTV·DVR·NVR 등을 포함한 네트워크영상 장비 시장 상황도 유사하다. 2007년 이후 해마다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2012년말 기준으로 공공기관 36만대, 민간 330만 여대 등 통계에 잡힌 설치대수는 360∼370여만대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고화질 지능형 CCTV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기존 저화소 아날로그 제품을 대체하는 수요가 만들어지고 있다. 영상구현은 풀(Full) HD급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IMS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영상감시 시장은 2011년 2748억원에서 2015년 4297억원으로 4년 사이 두 배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국내 영상감시 시장 규모는 3365억원으로 전년대비 6% 성장이 예상된다. 아날로그 부문은 물리적 보안 기업들이 CCTV를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관련 시장은 10%가량 줄어들겠지만 디지털 네트워크 시장은 54% 성장이 기대된다.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보안 제품 시장을 주도하는 관공서 등 사업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교통 주차 쓰레기무단 투기 단속, 아동보호구역 감시를 위한 CCTV 설치도 증가하고 있다.
◇불안한 심리, 출동보안 시장성장 견인
출동보안 서비스 수요처도 대기업, 공장 등에서 가정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성폭력, 살인강도 등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일반인들의 안전에 대한 욕구역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1인 가구 시장도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1인 가구는 414만2000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86.3% 증가했다. 네 집 가운데 한 집은 1인 가구인 셈이다.
학교폭력을 이기지 못한 학생들의 자살이 이어지면서 학교폭력 예방 수요는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DVR 업체 관계자는 “안전을 강조하는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고화질 감시장비로의 대체수요가 생겨 바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도 6월 기준으로 전국 1만1363개 초중고등학교 중 1만1087개 학교에 총 10만53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 설치비율은 97.5%다.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학교의 CCTV 설치 비율은 각각 84.8%, 81.8%로 타 시도에 비해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시도 학교에는 100% 가까이 CCTV가 설치돼 있다. 문제는 저화질 아날로그 CCTV 비율이 여전히 높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 설치된 CCTV는 40만∼50만화소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인권침해 논란, 동전의 양면
CCTV는 양날의 칼이다. 범죄예방 및 범인검거, 시설안전 등 유용성이 있는 반면 사생활 침해, 감시자로서의 역할 등 역기능도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특히 CCTV와 같은 영상분석 시장이 급성장하는데 있어 개인정보보호와 같은 법적인 문제는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초상권,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7호선 내 설치된 CCTV를 두고 인권 침해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CCTV 관리능력 부재 등으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이행 노력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프라이버시 문제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들어오는 민원 가운데서는 CCTV가 가장 많다. 정보프라이버시 관련해 접수되는 민원의 20%가 CCTV와 관련돼 있다.
국내 영상감시 장비 시장 규모(단위:억원)
자료:IMS리서치
공공분야 CCTV 설치 및 운영 현황(단위:대, %)
자료:행정안전통계연보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