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개성공단 인원 철수 방침에 입주 전자·부품 업체가 이제 갈 길을 잃었다. 공장 체류 직원이 모두 철수하며 개성공단 재가동 가능성은 요원해졌다. 임시방편으로 외주 제작 등에 나섰던 업체들은 수주량마저 급감하며 사업 정상화에 답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 전자·부품 업체들은 생산 중단과 동시에 최근 수주 물량마저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공단 가동이 멈추며 제품 생산처를 급히 옮겼지만 생산력 부족과 제품 제조 원가 상승으로 그나마 남아있던 고객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부품업체 D사 관계자는 “개성공단 조업 중단에 손해를 감수하며 제품 외주 생산으로 고객사 주문 물량 유지를 위해 노력했다”면서 “하지만 공단 잔류 인원 철수로 이후 수주를 이어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D사는 전향적인 정세 변화외에는 현재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업계는 이른 시일내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는 것만이 대안이라는 시각이다. 외주 등 국내 생산으로는 기존에 유지한 제조비를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업체는 수주량 유지를 위해 외주 생산 비용을 현금으로 미리 지급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공단 재가동에 돌입해도 피해액은 불어날 전망이다. 생산 정상화 기간에도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제품 수주에서부터 원자재 공급 등 제조 정상화는 적게는 보름에서 한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개성공단 잔류 인원 철수 방침이 일렀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입주 업체에 대한 지원 방침이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인원 철수로 공단 지속 가능성만 희박해졌다는 것이다. 한미연합훈련 기간 중 시도한 대화 불응에 대한 조치가 촌각을 다투는 개성공단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29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을 위한 정부합동대책반을 출범하고 회의를 개최했다. 지난 24일 개략적인 지원방향 논의에 이어 실질적인 방안 논의를 위해서다. 피해 기업을 위한 남북협력기금 대출과 경협보험 적용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입주 업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사업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하루 빨리 남북 상황이 개선돼 개성공단 조업이 재개되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