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ICT융합포럼]산업 정책·시스템 어떻게 갖춰야 하나?

창조경제가 화두로 등장하면서 ICT 분야에서도 생산성과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전자신문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ICT 산업의 새로운 역할과 정책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창조경제와 ICT 정책 그리고 산업`을 주제로 지난 18일에 이어 30일 한국과학기술회관 12층 아나이스홀에서 열린 두 번째 포럼 행사다.

30일 과학기술회관에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2차 ICT 융합포럼이 개최됐다. 사진은 지난 18일 열린 1차 ICT융합포럼 모습.
30일 과학기술회관에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2차 ICT 융합포럼이 개최됐다. 사진은 지난 18일 열린 1차 ICT융합포럼 모습.

이날 행사에서는 ICT 전문가 250여 명이 모여 큰 관심을 드러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산·학·연 전문가들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출연연구기관의 R&D 혁신체계 구축과 생태계 조성, 정부주도형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해 가는 창의적인 시스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창조경제를 이끄는 국가혁신체제(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

모방-추격형 혁신체제는 경제성장이 최우선 목표다. 이미 있는 시장에 존재하는 제품을 개선해서 공급하는 전략을 취했기 때문에 모방을 통한 기술학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기업 중심으로 돌아갔다.

일부가 성공해 리딩그룹이 나왔지만, 성장률 하락과 양극화, 사회통합의 약화, 다양성 부족이라는 문제가 발생했다.

새로운 창조-선도형 혁신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창조-선도형 혁신체제에서는 다섯 가지 특성을 챙겨야 한다. 경제성장을 넘어 성장과 복지가 조화를 이루고 연계되어야 한다. 기술과 사회가 어우러져야 하고, 문제 해결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 대기업과 벤처 중소기업, 사회적 기업·협동조합이 공존하는 체제, 생태계 형성을 지향해야 한다.

이를 풀어보면 시스템 발전의 지향점은 성장과 복지가 서로 균형을 이루고 연계돼 양극화와 성장률 하락을 극복하는 데 있다.

기존에 없는 새로운 궤적을 개척하는 선도형 기술개발은 이를 활용하고 판매하는 새로운 사회시스템의 구성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기술과 사회를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사회-기술시스템적, 융합적 관점이 필요한 이유다.

문제해결점에서 시작하는 접근도 필요하다. 모방-추격형 체제에서는 시장과 문제가 알려져 있기 때문에 기술획득에서 시작하는 접근을 취했으나 창조-선도형 혁신체제에서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것에서 혁신활동이 시작돼야 한다. 사회·경제적 문제와 기술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사회-기술기획` 기능이 활성화돼야 한다.

혁신주체의 다양성도 제고돼야 하고 생태계 형성을 지원하는 정책도 있어야 한다.

창조-선도형 기술개발에서는 기술과 산업의 발전방향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정부가 방향을 지정하는 것보다는 관련 혁신주체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미래를 탐색해가는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방향을 정하고 혁신주체를 이끌어가던 `개발국가(developmental state)`에서 창업과 아이디어 구현 등 다양한 실험과 학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 기반을 구축하고 사회적 논의와 학습을 촉진하는 실험국가(Experimental State)로의 전환이 요청된다.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ICT 산업구조 전환(LG경제연구원 김영민 상무)

우리나라 ICT 제품 및 부품 세계시장 점유율은 최근 들어 각각 5%와 8% 수준에서 정체 및 감소 양상을 보이는 반면에 중국의 점유율은 2000년대 들어 급속히 증가해 2011년 기준으로 각각 22.5%와 17.7%에 이른다.

중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공략이 가속화하면서 앞으로 5년 이내에 중국뿐 아니라 세계 모든 시장에서 중국의 위협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현실화될 것이다.

국내 ICT산업이 직면한 위협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서는 세 가지 방향에서 ICT산업의 구조 전환이 요구된다.

상당기간 지속적인 혁신이 요구되는 OLED TV,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투명 디스플레이 등에 대한 적시 투자 및 제품·공정 혁신을 적극 추진한다면 경쟁자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시장 지위를 더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산업의 원심력을 줄이고 구심력을 높이는 접근이 필요하다. 세트나 모듈 중심으로 소재, 부품, 장비를 외부에 의존하는 방식은 산업이 성장할수록 부가가치나 일자리 창출 관점에서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하게 된다.

초기부터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협력을 통해 핵심적인 소재, 부품, 장비까지 함께 고려하는 접근 방식을 통해 구심력을 크게 해야 할 것이다.

둘째, ICT산업의 새 패러다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더욱 풍성해지도록 하고, △이를 쉽게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현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혁신 기반의 창업 활동 활성화, 벤처기업에 대한 민간 투자 유인 강화 등의 제도적 조치와 함께 기술과 인문·사회학의 융합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벤처기업은 물론 학생, 회사원, 주부 등 국민 모두가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손쉽게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생산 플랫폼을 개발하고 제공할 필요가 있다.

셋째, ICT 융복합 기술을 기존 산업에 적용해 산업을 고도화하거나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것이다.

ICT를 생산에 접목하거나 헬스케어, 자동차, 조선,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 결합시켜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창조경제의 기반, 중소기업 R&D생태계 조성(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우리나라 중소기업 R&D 투자비중은 기업 전체 대비 25%다.

낮은 R&D 투자 비중은 중소기업 혁신 활동의 부진으로 이어진다. 대기업은 84.6%, 중소기업은 37.1%가 혁신활동을 수행한다.

우리나라는 R&D 사업화 성공률이 30.6%다. 미국, 일본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국내 ICT 산업은 정보통신기기 산업의 성장둔화를 상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IT서비스 분야의 경쟁 역량 취약, 민간·공공 및 산·학·연의 역할 분담이 모호해 혁신능력이 취약하다. 정책 또한 인프라·기술 등 공급 위주다.

현재의 ICT 기반 성장 프레임워크에서는 시장확대가 오히려 성장의 병목현상(Bottleneck)으로 나타난다.

새로운 성장 프레임워크로의 전환이 그래서 필요하다. 성장 프레임워크의 병목현상을 중소기업 R&D 생태계를 통해 극복할 필요가 있다. 이때 중소기업 R&D 생태계 조성의 목적은 개방형 혁신이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먼저 대기업-중소기업 간 균형 혹은 경쟁 제한 정책이 아닌 특화된 역량에 보다 집중하는 혁신 전략의 명확한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 유입형 개방형 혁신과 유출형 개방형 혁신 간 연계를 통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생적 진화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동기와 필요성에 대한 인식강화를 위해 연구 개발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성과 도출을 통한 성과 공유가 아닌 성과 도출 이전 단계에서 기술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기술의 사업화 단계를 대기업과 공동으로 개척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혁신은 과학과 기술, 즉 R&D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EU의 리빙랩과 같은 혁신 체계 구축이 있어야 한다. 사용자 주동형 접근 방법을 통해 기술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개발과 제품 구현 및 시장 진입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줄일 필요가 있다.

R&D 생태계 조성을 위한 중소기업 전략도 필요하다.

ICT 부문의 모듈화는 고도화되어 있는 상태다. 국내 중소기업의 상당수는 단품 생산에 머물러 있어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영세한 단품 생산보다 모듈화에 대응해 중소기업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플랫폼 계열화를 통한 중간 제품에 대한 R&D 및 생산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창의와 융합을 위한 ICT 정책(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과학기술은 산업화의 지원부대다. 기업과 산업의 발전을 위한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적 공헌 측면에서 보면 신성장동력과 신산업, 일자리를 창출하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과학기술의 확장 개념으로 볼수 있다.

과거 산업정책 패러다임은 단기성과 위주였다. 창업인프라가 단적인 예다. 집중적인 자금지원과 성과중심 정책의 결과가 무엇이 남아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정부가 모든 것을 챙기는 건 원래 불가능하다. 정부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게 정부 역할이다.

창의 교육은 없던 창의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잠재돼 있던 것을 찾아 끄집어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태초에 학문은 하나였다. 억지로 융합할 것이 아니라 억지로 나누지 말아야 한다. ICT 융합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편가르기라고 본다. 특히 뚜렷이 구별되는 정부 부처 간 역할과 장벽에 유의해야 한다.

사람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데서부터 문제를 찾고, 풀어야 한다. ICT는 기여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벤처창업과 대학기술이전이 활성화한 미국을 보면 `바이돌법`이 있다. 정부지원 R&D와 관련한 특허협약 및 특허권리 요청을 일원화하고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연구성과는 해당 기관에 부여한다.

대학이 기술이전을 활성화하려는 자율성과 동기가 부여돼야 한다는 얘기다. 자율적인 동기를 확보하고 연구에 몰입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