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밀 유도전류 치료는 자기장에서 나오는 유도전류를 이용해 각종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의료기기에 이중 코일을 내장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강력한 자기장을 특정 인체 부위에 집속시켜 암세포를 태워버리는 원리다.

고정밀 유도전류 치료기술은 MRI(자기공명영상)와도 맞닿아 있다.
MRI로 종양의 위치와 크기, 모양 정보를 획득하고 이어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코일에서 나오는 자기장을 종양 위치에 정확하게 집속할 수 있는 기술이 핵심이다.
치료기기의 모양은 MRI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속에는 암치료 특수 코일이 포함돼 있는 점이 다르다. 치료 과정은 먼저 MRI로 인체 내부 열 분포 영상(고정밀 영상)을 확보한 후 1단계 작은 출력으로 집속 위치를 파악, 암세포와 일치하면 2단계로 출력을 높여 암세포를 파괴하는 순서다.
기존 MRI와 연계돼 있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며 자기장에 의한 유도전류를 이용하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 없고 방사선 피폭에 따른 위험에서도 자유로운 게 장점이다.
이 기술의 시작은 1985년 영국의 안토니 베이커가 개발한 경두개자기장치료기(TMS)로 거슬러 올라간다. TMS는 자기장을 이용해 유도전류를 머리에 흘려 우울증 같은 뇌질환을 치료하는 기기다.
자기장을 이용한 뇌 자극 기술의 선두는 미국이다. 2008년 우울증을 치료하는 뇌자극기가 FDA 인증을 통과해 상품으로 나왔다. 국내에서는 씨알테크놀러지가 경두개 자기자극기를 판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적으로 MRI 유도를 받는 집속 초음파 연구는 이뤄지고 있지만 MRI 유도를 받는 집속 자기장 연구는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MRI나 암치료를 위한 코일 모두 자기장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상호 자기장 간섭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 기술의 상용화에는 이러한 간섭을 상쇄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MRI에 사용하는 자석을 영구자석 방식이 아닌 온오프 제어가 가능한 초전도자석을 이용하거나 자기장 차폐 설계를 반영하는 방법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두 개 이상의 코일에서 생성된 자기장을 원하는 위치에 집속시키는 자기장 시뮬레이션과 정밀 제어 기술도 필요하다. 암치료를 위한 적절한 수준의 유도 전류 평가 연구도 중요하다.
신기영 한국전기연구원 첨단의료기기연구센터 박사는 “현대 의료기술은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이뤄지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 기술은 해상도 높은 진단영상 획득과 정확한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차세대 의료기술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