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재처리 권리부터 확보해야

지난달 24일 외교부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양국은 협정문의 개정 없이 시효를 2년 연장하고, 분기별 수석대표 협상개최에 합의했다. 핵심쟁점인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개정사항이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안준성 경희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
안준성 경희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

박근혜정부의 경제논리는 미국 정부의 완고한 비확산 원칙 고수로 절충안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일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획기적인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

한미원자력협정이란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에 관한 미국 정부와의 양자협정을 말한다. 흔히 `123협정`이라고 불리는데, 관련법인 미국 원자력법 제123조에서 유래됐기 때문이다. 일본, 인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도 123협정을 체결했으나 그 내용은 각각 다르다.

일본은 1988년 개정 과정에서 저농축권과 재처리 권한을 획득했다. 농축률 20% 이상인 고농축은 미국의 사전동의가 여전히 필요하다. 제11조는 저장, 이전, 재처리에 관한 `포괄적 사전동의` 조항이 포함됐다. 원자력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등의 전제조건 하에서, 재처리 권리가 별도의 약정체결을 통해 우회적으로 허용된 것이다.

2008년 인도는 123협정을 체결했다. 제6조는 재처리 및 기타 형태 또는 내용 변경에 관한 상호동의 조항을 포함한다. 전제조건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장치 하에서 핵물질 농축 및 재처리 전용시설을 설립하는 것이다. 국제기구의 감독 하에 모든 원자력 핵주기 권한을 획득한 셈이다. 미국 정부가 핵확산금지조약(NPT) 비가입국인 인도와 123협정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그 후 38일이 지나 UAE도 123협정을 체결했다. 제6조에는 `골드 스탠더드`로 알려진 `농축 및 재처리(ENR)` 금지조항이 포함됐다. 첨부된 회의록에는 재처리, 변형, 농축, 저장 등은 UAE 영토 밖에서만 처리되도록 명시됐다.

과연 미국 정부는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농축 및 재처리 금지조항 삽입 또는 최소한 현상유지일 것이다. 여기서 미국의 복심(腹心)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한미원자력협정의 파기를 원치 않는다. UAE 원전 수출을 통해 상당한 부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컨소시엄에 미국 원자로 제작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포함됐고,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의하면 웨스팅하우스 및 기타 미국 기업의 참여분이 전체 수주액 200억달러의 약 10%로 알려졌다. 수출 원전모델(APR-1400)이 웨스팅하우스 원전모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둘째, 일본과의 원자력사업 협력관계 손상을 원치 않는다. 예컨대, UAE 원전 건설 입찰과정에서 미국의 GE와 일본의 히타치가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또 다른 일본회사인 도시바가 웨스팅하우스 지분 87%를 소유한 최대주주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해서는 협상전략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국내 핵폐기물 저장소의 준포화 상태를 감안해 재처리권리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본다. 경제논리가 아닌 환경논리로 접근하는 것이다. 기존 협정문을 개정할 필요도 없다. 제8조의 C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및 변형은 양측이 수락할 수 있는 시설에서 하도록 규정하기 때문이다. 인도 사례처럼 IAEA 감독 하에 재처리시설 설립 및 운영도 고려해 볼 만하다. 저농축 권한은 미국과 스위스간의 원자력협정 제15조 비차별 조항을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세계무역기구의 비차별 원칙 중 하나인 최혜국대우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향후 다른 국가에 부여할 대우 중 최고대우를 부여하도록 명문화 하는 것이다. 한미 양국이 각각 경제적 실리추구와 비확산 원칙고수를 할 수 있는 절충안이라고 본다.

한미원자력협정의 비핵화 논쟁의 틀을 넘어 한반도 탈핵화 로드맵 작성이 절실할 때이다.

안준성 경희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미국변호사 junseong@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