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좀 더 기울이기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는 자서전 `린 인(Lean In:기울이기)`에서 여성 기업인을 향해 남성중심사회로 `뛰어들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야망을 가진 여성들조차 두려움 때문에 몸을 뒤로 빼고 적극적으로 도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책은 여성사회의 성공적 롤 모델이라는 찬사와 사회적 문제를 개인으로만 돌렸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전통적 가정의 형태가 사라지면서 여성의 사회진출은 대폭 늘었다. 그러나 지위 고하를 떠나 육아의 부담이 여성에게 더 많이 지워져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종합상사를 배경으로 해 화제가 된 웹툰 `미생`도 여성 직장인의 현실을 다뤄 많은 공감을 얻었다.

기자도 여성기업인을 만나면 그들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가정생활을 꾸려가는 지 그 노하우가 궁금하다. 많은 기업인들이 일에 몰입할수록 가정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집 근처에 사셔서 육아를 도와주십니다. 어린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이제 막 젖을 뗀 아이를 둔 여성 기업인의 고백이다. “결혼은 좋지만, 아이를 낳는 것은 많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특히 일에 욕심이 있는 30대 여성이라면 말입니다.” 그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준비 후 출근한다.

기자도 부끄럽지만 이런 고정관념에 익숙하다. 남성 기업인을 만나 육아나 가정 일을 화제로 다뤄본 적이 드물다. 무의식적으로 육아나 가정의 일을 여성의 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움직임은 있다. 출산·육아휴직의 대상과 기간을 확대하고, 보육시설을 늘리고 있다. 반면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중소기업은 보육시설은커녕 육아휴직조차 쓰기 어렵다.

5월 가정의 달은 가전업계의 성수기다. 가전업체들은 예민하게 가정 내 동향과 편의를 파악해 신제품을 내놓는다. 특히 최근에는 주부의 일을 덜어주는 제품들이 인기다. 경력직원을 채용하려는 업체에서 반가운 말도 들었다. “우리 제품은 여성 소비자가 대상이기 때문에 여성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여성 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부디 이런 기업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전자산업부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