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커스]RPS 1년…절반의 성공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가 시행 2년차에 접어들었다. 발전공기업을 중심으로 의무대상사업자는 지난해 성과에 따른 과징금 부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는 과징금 부과 유예를 정부에 건의하는 동시에 제도 이행과정에서 나온 문제점을 개선하는 작업이 뒤를 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RPS 이행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업계 불만을 짚어보고 원만한 제도 이행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전남 신안의 태양광발전소 전경.
전남 신안의 태양광발전소 전경.

◇RPS 원년, 절반의 성공

지난해 처음 시행한 RPS는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기업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전력공기업과 SK E&S, GS EPS, GS파워, 포스코에너지, MPC, 한국지역난방공사, K워터가 대상사업자다.

13개 대상사업자는 전력생산량 가운데 일정량을 반드시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비율은 해마다 높아진다. 지난해 2%를 시작으로 2022년에는 전체 전력생산량의 1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지난해 의무량만 해도 7000∼7300GWh에 달한다.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기업은 직접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의무량을 채울 수도 있다.

REC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력을 생산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인증서다. 1REC는 1㎿h에 에너지원별 가중치를 곱해 산정한다.

대상 사업자는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바이오매스, 대소수력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전력을 생산할 있으며 에너지원, 발전조건에 따라 각기 다른 가중치를 적용받는다.

태양광은 반드시 일정량 이상 REC를 확보하도록 했다. 때문에 대상 사업자는 태양광, 비태양광 의무량을 구분해 RPS에 대응해야 한다.

지난해 6개 발전공기업의 RPS 이행 성적을 보면 대상사업자 모두 태양광 의무량은 확보한 반면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5개 발전사가 비태양광 의무량을 달성하지 못했다. 한수원은 기존에 추진해온 대수력발전을 신재생에너지사업으로 인정받아 의무량을 채웠다.

RPS 미이행에 따라 전력공기업이 부과해야할 과징금은 총 260억원에 달한다. 최대 1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사업자도 있다.

◇문제점 개선 반드시 필요하다

업계는 과징금 정산 주기를 3년으로 연장할 것을 건의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개발 기간을 감안하면 매년 정산하는 방식은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과징금 정산 주기 연장과 별도로 업계와 전문가들은 지난해 RPS 운영과정에서 나온 문제점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송진수 태양광발전학회 회장은 “RPS 제도를 지난해 처음 운영하면서 정부, 대상사업자 모두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많이 발생했다”며 “제도를 장기간 운영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한번 정해놓은 틀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개선점이 발생하면 즉시 보완하는 운영의 묘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은 태양광, 비태양광 이행물량의 불균형이다.

지난해 대다수 사업자가 태양광 의무량을 채웠지만 비태양광 사업부문에서 고전했다. 대상 사업자가 태양광 사업을 기피할 것으로 예상해 일정물량은 반드시 태양광으로 보급하게 한 정부 예상이 빗나갔다. 발전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발전사가 올해 태양광 이행물량까지 미리 달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업자가 태양광 사업을 선호하는 것은 발전소 설립 기간이 짧고 금융, 인·허가 문제를 풀기 쉽기 때문이다. 비태양광 사업 추진 여건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

풍력발전은 현재 50여개 사업이 인·허가 단계에 발목이 묶여 있다. 시설용량으로 따지면 1.8GW에 달한다. 개발단계에서 적용하는 관련법은 28개나 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풍력발전사업 활성화를 위해 사업성이 높은 20여개 사업(840㎿)에 대한 규제 완화를 협의하고 있지만 수개월째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연료전지는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발목을 잡는다. 현행법상 100㎿ 규모 이상 발전사업자는 도매가격으로 LNG를 공급받는 반면 100㎿ 미만 사업자는 소매가로 LNG를 구매한다.

연료전지로 100㎿ 이상의 발전사업을 펼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업계는 연료전지용 요금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도 연료용 가스요금체계 개선을 위한 용역을 추진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집단에너지사업법에 따라 지역난방공사 외에 폐열을 판매하기 어려운 것도 사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연료전지 특성상 열판매가 수반되지 않으면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사업에도 논란이 따른다. 상당수 발전사는 우드펠릿을 이용한 혼소발전으로 비태양광 이행물량을 채웠다. 우드펠릿은 폐목을 재활용한 고체 연료로 국내 수요의 상당량을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 일각에서 우드펠릿으로 RPS에 대응하는 것은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이라는 제도 시행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역으로 RPS를 채우기 위해 비싼 우드펠릿을 수입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발전업계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비태양광 사업을 추진해야 하지만 대다수 사업이 사실상 추진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발전기업이 바이오매스에 의존하는 현 상황은 RPS 시행의도와는 분명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비태양광 사업 여건 개선해야

신재생에너지 의무 생산량은 매년 증가한다. 올해는 2.5%까지 늘었다. RPS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사업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업계의 공통된 주장은 태양광, 비태양광 물량 재조정이다. 태양광 의무량을 확대하거나 태양광과 비태양광의 구분을 없애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태양광 의무량은 전체 의무량의 5%에 불과하다. 최대 30% 또는 비태양광과의 구분을 없애달라는 것이 발전업계 요구다.

또 다른 발전기업 관계자는 “의무량은 해마다 늘어가는데 비태양광 사업 여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태양광사업 비중이 늘어나도 RPS제도 운영에 큰 문제가 없는 만큼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RPS 제도에서 태양광 비중을 확대하면 글로벌 경기침체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국내 태양광업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 REC 기준가격 산정방식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REC 기준가격은 신재생에너지사업의 경제성을 결정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태양광발전소를 설립할 때 시중에서 거래되는 REC 기준가격에 맞춰 투자비를 책정하기 때문이다. 기준가격이 하락하면 REC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 발전사업자에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사업성이 악화돼 신규 사업을 추진하지 않게 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때문에 REC 기준가격을 최소가격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평균가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 보유 태양광 REC를 비태양광으로 배분하고 나대지에서 추진하는 태양광사업의 가중치를 1.0에서 1.2이상 확대하는 방안도 업계 주요 요구사항 가운데 하나다.

풍력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환경부, 산업부, 산림청, 지자체를 아우르는 원스톱 인허가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풍력사업이 가장 활발한 제주도의 풍력발전·지구지정 조례를 완화해 사업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연료전지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발전용 가스요금체계의 재정비가 시급하다. 연료전지용 LNG 요금제도를 신설하고 RPS사업자에게 연료전지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판매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