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첫 무역투자진흥회의...즉석 `소원수리`

1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이후 4년만에 무역투자진흥회의를 개최했다. 대통령이 주도해 무역진흥 종합계획을 짜는 수출드라이브 정책의 중추 기구로 박근혜정부의 수출부흥 의지와 향후 경제정책 운용 방향, 국정 철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회의였다.

이날 회의는 총 186명이 참석해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 중 최대 규모였다. 현오석 부총리, 윤진식 장관 등 모두 11명의 장관이 총출동했고 신제윤 금융위원장,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조원동 경제수석 등 40여명의 직원이 나왔다. 수출·투자 관련 기업도 수십여 명 참석했다.

이날 보고된 수출지원 방안은 엔저 소용돌이에 휘말린 중소·중견기업의 자금난을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정책금융기관의 무역금융 확대지원에도 불구하고 실제 수출 중소·중견기업의 금융조달 애로는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원 확대는 확실한 수출계약을 보유하고도 신용도가 낮아 금융기관이 대출을 기피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전망됐다.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1분기 수출 증가율이 0.5%에 머물고 있다. 엔저로 일본 경합 제품의 수출증가율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낮은 신용도로 인해 금융기관 대출 마련하기 쉽지안?는 점을 고려해 이를 해소하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방안은 기존 양적 성장전략만으로는 무역이 일자리·부가가치 창출, 내수 연계 등에 기여하는 데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갈수록 심화되는 글로벌 무역전쟁을 극복해 무역규모 지속 확대와 일자리·부가가치 등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무역이 되어야 한다는 게 새 정부 인식이다. 때문에 이번 회의는 역대 정부와 달리 수출 외에 외국인 투자를 비롯한 투자 활성화에 방점이 찍혔다. 투자를 하고 싶어도 각종 규제 때문에 머뭇거리는 기업들을 투자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다. 경제자유구역 사업시행자 요건 등 입지·환경규제, 업종별 진입규제 완화 등이 무역진흥 대책에 담긴 이유다.

정부는 창조경제 구현의 축이라고 강조해온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무역 진흥에 적극 활용키로 해 주목을 끌었다. B2C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수출 신고를 일괄 신고로 변경하고 중소기업의 FTA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업이 요구하는 원산지관리시스템을 개발 보급키로 했다. 또 전략물자 품목에서 단순 네트워크 장비를 제외해 수출이 쉽게 하는 등 `가시뽑기` 정책도 추진키로 했다.

박근혜정부 첫 무역투자진흥회의는 형식과 격식 파괴의 자리였다. 박 대통령의 옆자리는 현장에서 직접 뛰는 기업의 임직원들로 채워졌고, 기업인이 고충을 토로하면 관련 부처 장관이 직접 해결책을 제시하는 `트러블 슈팅(Trouble Shooting)`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됐다. 현 부총리와 윤 산업부 장관의 안건 발표는 10분에 불과했지만 기업이 현장에서 겪는 `손톱 밑 가시`를 장관들이 즉각 해결해 주는 토론은 65분이나 진행됐다. 특히 엔저 추세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된 중소기업들의 토로에 박 대통령은 관련 부처 장관들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 회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