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 임대이용 조건에 `국가 수급차질 우려 시 이용불가`라는 모호한 내용을 담아 민간업체들의 LNG직도입 확대를 견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인천, 평택, 통영 등 인수기지에 886만㎘ 규모의 LNG터미널을 민간이 자유롭게 임대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서 LNG도입의 핵심인 장기공급계약시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스공사 `제조시설이용요령`에는 민간 수입사가 연간 약정 이용물량과 계약용량을 가스공사와 협의한 후 일정 이용료를 지불하고 LNG터미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돼있다. 가스공사는 여기에 국가 LNG 수급 차질 우려 시 이용불가라는 비공식 조건을 터미널을 임대하는 민간 직수입자에게 공지했다. 가스공사가 제시한 LNG수급 차질이 우려되는 시기는 발전·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동절기(10∼3월)다.
이에 따라 민간 직수입자들은 동절기에 가스공사 터미널을 임대할 수 없으며 하절기에만 잠시 빌려 사용할 수 있다. 장기임대를 못하기 때문에 터미널을 자체적으로 보유하지 않는 한 장기수입계약을 통한 LNG물량 확보가 불가능하다. 가스공사 터미널 임대를 통해 가능한 사업은 하절기에 스팟물량을 들어오는 것뿐이다.
이 같은 조건 때문에 가스공사 터미널을 임대하는 수요가 많지 않다. GS칼텍스가 유일하게 여수공장에 필요한 LNG를 가스공사 LNG터미널을 임대해 하절기만 공급하고 있다.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LNG물량을 들여오고 있는 SK E&S는 포스코의 터미널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가스업계에서는 `국가 수급 차질 우려 시 이용불가`라는 조건의 의미가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터미널을 민간에 장기 임대해 준다 해도 국내로 공급되는 일정 물량을 가스공사가 아닌 민간 수입업자가 담당하게 되는 것이지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스공사가 이 조건을 내세워 세금으로 만든 LNG터미널을 사실상 독점 사용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가스업계 관계자는 “민간의 LNG직수입 참여에 가장 큰 걸림돌이 조단위 예산이 들어가는 터미널 투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가스공사가 민간의 참여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터미널 임대를 까다롭게 만드는 조건을 달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관계자는 “저장비율 11%라는 현재의 빡빡한 터미널 용량으로는 가스수요가 몰리는 동절기의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민간 기업에 임대 자제 요청을 하고 있다”며 “11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에 따라 터미널이 증설되고 발전수요가 줄어들면 민간에 터미널을 임대해줄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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