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세의 디자인스토리]<30> 디자인은 나눔이다-예술가와 디자이너의 차이

예술과 디자인의 차이에 관해서 질문하는 이가 많다. 작품을 만들면 예술, 상품을 만들면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의적 프로세스는 비슷한데, 단지 목적이 다른 것이다. 최근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전문가는 이와 같은 프로세스를 담당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들이다.

“크리에이터는 사업적 필요성과 예술적 특성을 적절히 조화시켜 비즈니스 세계에 심미적 실험정신과 예술적 창조정신을 얼마든지 유발시킬 수 있다.”

- 롱지노티 뷔토니

저서 `이매지너`를 통해 디자인의 40번째의 깨달음을 `디자인은 나눔이다`라고 정의한 바가 있다. 그 뜻은 `디자인의 모든 행위는 나눔과 배려의 정신으로 시작돼야 한다`는 깨달음에 있다. 사용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돼야 한다는 뜻이다. 디자이너는 기업의 생산과 유통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기쁨을 나누어 준다.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려는 충동이 여기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줘야 하는 엔터테이너가 되는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는 상품을 만드는 디자이너지만 때로는 예술가처럼 굴기도 한다. 바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이들에게 능력을 되돌려줄 때에 그러한 능력을 발휘하곤 한다. 2011년에 무역 1조 달러 달성 기념 조형물을 디자인했을 때에도, 2012년에 모교인 덕수초등학교의 개교 100주년을 기념한 조형물도, 566번째 한글날을 기념하는 한글주간에 쓰인 로고도 받은 것을 다시 베푼다는 나눔의 정신으로 만들었다. 모국과 모교와 모국어가 숭고한 가치를 나누어 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비틀즈는 아름다운 음악을 남겼고, 피카소는 아름다운 그림을 남겼으며, 스티브잡스는 스마트한 디지털세상을 남겼다. 우리들은 세상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셰어리즘(Sharism)`이란 많이 나눌수록 많이 얻는다는 디지털세대의 사고방식이다. 예로 주차장에서 쉬고있는 차들을 셰어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얻는다. 물론 지식, 지혜, 사랑, 기쁨, 슬픔 등 무형의 나눔의 의미는 더욱 위대하다. 나눔은 창조의 원천이다. 디자이너는 소비자들과 기쁨과 편리함을 나누기 위해서 열정적으로 더 좋은 상품의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 소설가, 음악가, 화가 등 모든 크리에이터들의 열정도 세상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하려는 나눔의 정신에서 시작된다.

나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디자인 감각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내가 디자인한 상품들을 사용하는 기쁨과 편리함을 만들어주고 싶다. 디자이너를 바쁘게 움직이는 힘은 다른 사람들이 디자인을 사용하며 행복해 할 모습을 상상 하는데서 나온다. 이러한 자세는 아름다운 그림을 세상에 남기려는 열정으로 작품에 혼을 불어넣는 예술가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다만, 디자이너의 열정은 기업의 경쟁력과 만날수 있어야 완성품이라는 상품으로 소비자들에게 기쁨을 나눌 수 있기에 디자이너의 역할은 예술가의 역할과는 전혀 다르다.

디자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협업이라는 과정으로 만들어 진다. 기업간 거래에서 얻는 것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파크, 에너지, 아이디어, 사랑과 나눔 등 무한한 가치의 창조다. 그냥 돈이 아니다. 남에게 조금 주고 많이 받아내는 것만을 비즈니스라고 생각하는 장사꾼과의 미팅이 씁쓸함을 남기는 이유다. 기업가든 예술가든 모두 열정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평생을 바치는 사람들이다. 기업가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은 소비자들의 돈을 빼앗아가듯 못되게 장사했던 장사꾼들 때문이다. 이제는 그런 장사꾼들의 설 땅이 사라져가는 시대다. 상품의 가치를 돈 이외의 것에서 찾는 스마트한 소비자의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그러한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는 최정예 요원인 셈이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 twitter@YoungS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