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8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2000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기간도 임상까지 계산하면 12년은 족히 걸린다. 그만큼 돈도 많이 들고, 지난한 길이기에 국내에서는 끝까지 개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후보물질 발굴 단계까지만 가도 대단한 평가를 받는 이유다.
배명애 한국화학연구원 신약플랫폼기술팀장이 세계 최초 신개념 골다공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 기술이전 성과까지 올려 최근 관심을 끌었다. `소리 없는 도둑`이라 불리는 골다공증은 이미 노령사회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배 팀장은 “골 형성은 촉진하면서도 골 흡수는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타즈` 단백질을 조절하는 후보 물질을 발굴했다”며 “임상까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기존 골다공증 치료제가 가지고 있는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저분자 경구 투여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 팀장은 초기 신약 개발 단계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핵심 기반 기술 중의 하나인 약동력학 및 약효 검색기술과 신약플랫폼을 연구원 내에 구축, 확립하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신약 플랫폼은 다양한 신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 기술이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패와 위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신약개발과정 중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임상단계 이전의 후보물질 발굴단계에서 약동역학, 기초독성, 물성분석, 화학설계를 통해 신약으로서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역할을 하는 게 이 신약 플랫폼이다.
배 팀장은 지난 4년간 확립한 신약플랫폼을 이용해 인프라가 없는 70여 국내 중소 제약회사와 10여곳의 국내 신약 합성 바이오벤처, 한국화학연구원 내 신약개발 그룹은 물론 신약연구 관련 국내 연구소 및 대학에서 도출된 유효 화합물들에 대한 약동력학 및 기초독성 평가를 지원했다. 매년 3000여건이 넘었다.
영진과 공동 연구했던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은 카이노스메드에 기술이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지난 2010년에는 미국 릴리와 공동으로 신규 항암제 후보물질을 도출해 기술이전했다. 황반부변성 치료제 개발과 허혈성 치료제 등 관련 연구에서도 기술이전 성과를 냈다.
국내 최초로 제브라피쉬를 이용한 독성 유발 평가 검색 시스템 구축과 질환동물 개발 및 기전연구에도 두각을 드러냈다. 지방에만 특이적으로 반응해 형광을 내는 지방간 등과 같은 간의 부작용을 예측 할 수 있는 새로운 신규 형광물질 `리피드그린`(LipidGreen)을 개발했다.
배 팀장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약효와 약물성을 동시에 검증하는 조기 약물성 평가시스템을 도입해 임상단계 실패율을 10% 수준으로 낮추고 있는데 반해 국내 기업들은 투자부분에서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다”며 “산학연이 힘을 모아 하나씩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