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신규 벤처투자조합 조합원 구성현황 / 벤처캐피털 세제지원책 비교
창조경제의 모델로 이스라엘의 창업국가 모델이 부각되면서 벤처기업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작년 벤처투자도 1조2333억원으로 2010년 이후 3년 연속 1조원을 상회했다. 벤처기업 수도 2001년을 정점으로 지속 하락했으나 2004년 이후 증가세로 반전했다. 작년 2만8193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벤처기업의 국민 경제적 비중이 점차 증가하며 우리 산업 활력 제고의 분출구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벤처기업은 전체 중소기업 매출의 25.4%(2009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으며, 작년 매출액 1000억 원이 넘는 `천억 클럽` 기업도 381개로 늘었다.
수치 그대로 벤처의 귀환이다.
특히 올해 2조원이 넘는 벤처펀드가 신규 조성될 전망이다.
작년 말 벤처캐피털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약 1조4000억 원의 벤처펀드를 결성할 계획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국민연금(2500억원), 정책금융공사(3000억원), 한국벤처투자(4680억원), 우정사업본부(500억원) 등 공공 자금만 1조원 넘게 더해질 전망이다.
국민연금팬아시아펀드(8개 펀드, 9000억원)라는 특수한 경우가 존재했던 지난 2011년(2조2863억원)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현재의 물가수준을 고려해도 벤처붐이 절정에 달했던 2000년(1조4341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벤처 생태계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절대적인 위치를 고려할 때 생태계 전반의 활기를 기대해도 좋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 일부는 한국 벤처투자 시장도 본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벤처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2009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이스라엘은 0.45%, 미국은 0.17%에 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0.09% 수준이다. 벤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인 점을 감안할 때 이스라엘은 아니더라도 미국 수준에는 근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중소벤처가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모 있는 투자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벤처펀드 결성에 참여하는 출자자 구성은 부족한 점이 더 많다.
올해 1분기 결성된 벤처펀드는 1192억원이다. 이 중 정책기관인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가 출자한 금액이 543억원으로 45.6%에 달한다. 벤처캐피털이 직접 출자한 금액도 398억원으로 33.4%를 차지했다. 이어 일반법인 128억원(10.7%), 금융기관 87억원(7.3%)순 이다.
정책자금과 벤처캐피털의 자기자본 출자 비율이 79.0%로 사실상 펀드 결성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2006년 결성 이후 벤처펀드 결성에 모태펀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역설적으로 벤처투자시장의 정부 의존을 키워온 셈이다. 실제 신규결성 벤처펀드의 모태펀드 출자비율은 2006년 25.1%에서 작년 38.4%로 급증했다. 1분기 벤처펀드 결성현황을 볼 때 올해는 작년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신규 벤처펀드 출자를 선언한 국민연금, 정책금융공사, 우정사업본부 등을 감안하면 벤처펀드의 정부의존도가 50%를 훨씬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
연기금(42.1%), 금융보험(22.7%), 학교재단(20.3%) 등의 순을 이루고 있는 미국 벤처펀드 출자자 구성 현황(1999~2003년 평균)과 비교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같은 정부 쏠림 현상은 결국 정부 정책에 따라 벤처투자 생태계의 변동성이 커진다는 결정적인 취약점을 안게 된다.
실제 MB정권 마지막해였던 작년 벤처펀드 결성액은 7477억원으로 2011년 2조2863억원 대비 3분의 1로 줄었다. 같은 기간 모태펀드 출자액이 7848원에서 2872억원으로 63.4% 감소한 이유가 컸다.
결국 벤처투자 시장이 정부 등 공공재원에 의존하는 반쪽짜리 생태계로 퇴보한 셈이다.
이 기간 벤처투자 재원의 중요한 축을 구축해야 하는 금융기관은 최고(2007년 19.9%) 대비 절반(2012년 11.2%), 일반법인은 최고(2008년 42.5%) 대비 3분의 1(2011년 15.7%)로 비중이 떨어졌다. 개인과 외국인 출자비율은 수치를 따지기도 미미하다.
특히 일반법인의 출자는 일부 대기업(삼성, SK 등)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 일반법인 출자가 가장 많았던 2008년(4141억원)은 모 대기업이 4000억원 규모를 출자했던 경우다.
벤처 생태계에서 벤처투자가 차지하는 위치는 절대적이다.
우수한 기술자가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때 처음 찾는 곳은 엔젤(개인투자자)이다. 이후 기업이 성장하면 또 다른 엔젤이나 벤처캐피털을 찾는다.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은 2, 3차를 거쳐 수차례의 투자유치 과정을 겪는다. 페이스북은 기업공개(IPO)까지 10회, 트위터와 징가는 8회, 그루폰은 6회의 투자를 받았다고 한다. 벤처기업에 있어 적기에 자금을 투자받는 것은 곧 사업의 성패와 직결된다.
정책과 정권에 따라 출렁일 수밖에 없는 반쪽짜리 생태계를 믿고, 벤처창업에 뛰어들 수 있는 강심장은 흔치 않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갖춘 인재가 대기업 등 안정된 삶에 안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모태펀드 등 공공차원의 출자가 큰 힘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좀더 안정적인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민간 비중이 늘어나야 한다”며 “이를 위해 세제지원 등 리스크(투자위험)에 대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규 벤처투자조합 조합원 구성현황
(단위: 억원, %)
*자료: 벤처캐피탈협회(약정금액 기준)
일반법인 조합원 분기별 출자현황
(단위: 억원)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