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공감] 가왕 조용필의 남자, 또 다른 꿈을 꾸다

국가대표 기타리스트, 사운드 마스터, 국보급 뮤지션… 수많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조용필과 위대한탄생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최희선 첫 앨범 발매 단독 콘서트가 지난 4월13일 용산아트홀에서 열렸다.

십대 중반에 프로 뮤지션으로 데뷔해 가왕 조용필을 만나기 전까지 수많은 유명 가수 앨범의 기타리스트, 프로듀서, 편곡자로 참여했지만 정작 그의 이름을 건 앨범과 공연은 40여 년 만에 처음이었다.

오후5시, 공연 한 시간 전이었지만 이미 공연장 로비에는 설렘과 흥분, 기대 가득한 음악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3월 28일 먼저 발매된 정규음반(Another Dreaming)에 이어 공연 당일 맞춰 발매된 리미티드 에디션 앨범이 공개되는 순간 공연장 로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주말공감] 가왕 조용필의 남자, 또 다른 꿈을 꾸다

1천장 한정판이란 희귀성과 함께 아이돌 스타 앨범에 버금가는 화려한 뱀 피 무늬 재킷과 50여장의 화보집, 앨범마다 고유번호를 표시한 홀로그램 시리얼 넘버, 그리고 최희선 시그너처가 인상적인 피크 2개까지 섬세한 구성과 화려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앨범이었다.

공연은 이제까지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그의 유년 시절을 담은 흑백사진에서부터 현재의 위대한 탄생까지를 보여주는 소박한 영상으로 시작되었고 이어 앨범에 담긴 순서 그대로 ‘뱀’ ‘희망가’ ‘선더 스톰 플라워’ ‘동물농장’순으로 이어졌다.

보컬도 없는 연주곡을 앨범 순서 그대로, 그것도 앨범 전체 곡을 한 곡도 빠짐없이 국내 어떤 공연, 뮤지션도 시도조차 해본 적 없었던 에둘러 가지 않는 그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직설화법 지존 최희선이었다.

여기에 더해 역시 무엇이 최희선인지를 충실하게 설명하는 건 사운드였다.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기타, 협연밴드의 연주는 너무도 명징하고 때론 담담했으며 화려했다. 끓고, 충돌하고, 공격적인 록을 기반으로 한 사운드의 굉음과 거침없음은 싱싱했지만 결코 한 순간도 불쾌하거나 모나지 않았다.

최희선은 이번 공연을 위해 인디씬 유망주들과 팀을 만들어 두 달 이상을 연습했다고 한다.

주변엔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조건 없는 도움을 마다하고 유망주들로 팀을 꾸린 건 아마도 본인에게도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첫 공연을 무대경험도 많지 않은 유망주들과 함께 한다는 건 큰 도박이었을 것이다.


그런 도박(?)은 2부로 이어졌다. 에쉬 그레이 보컬 마현권, 미니 앨범 한 장 발표가 전부인 여성 보컬 Tommy(안현선), 서울예대 1학년에 재학중인 록커 박태욱. 마치 친근한 삼촌 같기도, 털털한 동네 아저씨 같기도, 때론 좋은 음악 선생님 같은 모습으로 이들 피처링 보컬과의 협연 연주와 이야기가 이어진다.

마현권이 부른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게리 무어가 연주하고 불렀던 ‘Still got the blues’ 이제껏 그의 어떤 공연에서도 본적 없는 최희선 나일론 기타 연주가 너무도 단아하고 아름다운, 수준 높은 무대였으며 씩씩한 스물한 살 청년 록커 박태욱군과 함께한 무대에서 최희선은 가장 최희선다웠고 여전히 포효할 줄 아는 록 사운드를 직조해냈다.


음악 팬들에겐 이미 입 소문 무성한 Tommy와 함께한 유명 록 넘버 퍼레이드는 관객과의 마지막 남은 간극을 좁혀 함께 호흡하며 공연 셋 리스트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데뷔 3주차 신인(?) 기타리스트 최희선의 마지막 앵콜에선 충격적이게도 기타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가왕 오빠의 공연장에서나 들을 법한 여성관객들의 하이톤 괴성이 무척이나 소름 끼친 곡 (게리 무어 Story of blues)을 마지막으로 그의 또 다른 꿈의 첫 장, 첫 번째 공연은 막을 내린다.

록과 기타리스트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샴 쌍둥이다. 척박하다 못해 씨앗조차 뿌리기 힘든 대한민국 록씬, 리얼 플레이 뮤지션 씬에서 최희선의 또 다른 꿈(Another Dreaming)은 단비와도 같은 앨범이며 대중음악 시장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한 또 다른 첫 출발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Another Dreaming 오프닝 영상에 담긴 자막 한 구절만으로 그의 첫 여정의 의미와 앞으로의 각오를 훔쳐(?)보며 그의 또 다른 시작에 흔쾌한 박수를 보낸다.

“처음 품에 안았던 기타 냄새를 기억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