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제일모직이 전자소재 시장에서 인재 블랙홀로 등장했다.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시장을 겨냥해 공격적인 행보가 촉발제로 작용했다. 나아가 삼성그룹 차원에서 육성 중인 전자 소재 사업의 주도권도 확보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전자 업계에서는 소재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대표 박종우)은 최근 한국다우케미칼의 OLED 소재 사업부를 이끌던 김봉옥 박사를 영입했다. 김 박사는 토종 OLED 소재 전문기업이었던 그라쎌의 원년 멤버 중 한 명으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2000년 설립된 그라쎌은 지난 2008년 미국 롬앤드하스에 인수됐으며, 2009년 다우케미칼이 롬앤드하스를 인수하며 다시 주인이 바뀌었다.
제일모직은 김 박사를 비롯해 최근 전자 소재 전문 인력을 확충하면서 후발 주자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자 소재 분야 연구개발(R&D) 인력을 현재 500명 수준에서 700명 정도까지 늘릴 계획이다.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내에서 전자 소재 사업의 기선을 잡기 위한 행보도 두드러진다. 삼성이 오는 9월 개소할 전자소재연구소도 제일모직이 주도할 전망이다. 연구소는 삼성그룹이 다소 취약했던 소재 기술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삼성정밀화학·삼성코닝정밀소재 5개 계열사가 공동 참여하는 전위 부대다. 이 가운데 제일모직의 전자재료 연구원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삼성그룹 내에서도 제일모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전자의 상당수 인력들이 제일모직으로 대거 이동하는 모습이다.
제일모직이 전자 소재 사업에서 당장 겨냥하고 있는 시장은 AM OLED 소재다. TV 상용화를 계기로 AM OLED 시장이 대면적화로 진화하면서 소재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오는 2015년 AM OLED 소재 시장은 작년 대비 10배가 넘는 140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모직이 전자 소재 전문 인력 흡수에 나서면서 동종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중소 전문 업체 인력들도 제일모직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해당 기업들은 삼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탓에 속만 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협력사 모임인 협성회 내에서도 인력 빼가기는 자제하자는 분위기인데 정작 관계사인 제일모직은 공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라며 “소재 사업을 빨리 키울 수는 있겠지만 국내 소재 산업 전반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부작용도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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