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 과징금,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국회 법제사업위원회가 의결한 유해화학물질 과징금 기준을 대폭 낮추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새누리당과 재계, 산업통상부의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다.

개정안은 과징금 부과 기준을 전체 매출액에서 해당 사업장의 매출액으로 변경했다. 비율도 매출액 대비 10% 이하에서 5% 이하로 낮췄다. 예를 들어 A기업 B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 전체가 아니라 해당 사업장의 매출액 중 5%이하 금액을 과징금으로 무는 것이다.

화학사고에 따른 업무상 과실이 인정될 경우 `3년 이상 금고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이었던 징벌 조항이 `10년 이하 금고나 2억원 이하 벌금형`으로 조정됐다. 하도급 업체가 유해물질 누출 사고를 일으키면 원청업체가 책임을 지지만 형사 처분까지는 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상임위 원안에 비해 대폭 완화됐다는 평가다. 업계도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징벌 수위가 원안에 비해 낮아졌을 뿐 기업에는 여전히 부담이다. 매출액 기준으로 과징금을 매기다보니 3억원 한도였던 현행법보다 처벌 수위가 대폭 높아졌다.

2012년 국내 석유화학업종의 영업이익률은 3.3%다. 매출액 5% 수준의 과징금을 내면 정상적 경영활동은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6개월 영업정지를 피하려면 과징금을 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한 행정상 의무위반 행위에 대해 매출액의 100분의 5이하의 과징금을 규정하는 것은 다른 안전관련 과징금보다 과도하다”며 “매출액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대기업은 조 단위의 과징금을 내야하고 중소기업은 아예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과징금으로는 사고를 원천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칫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화학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사후처벌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노후설비 교체와 작업장 안전관리에 대한 자금지원 등 사고 발생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