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의식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코와 미간 사이의 온도가 올라가고 동공이 커졌다가 이를 들키지 않으려고 회피하는 안구 운동을 하는 식이다. 이런 통제 불능 움직임을 이용하면 거짓말 탐지에 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정보에 착안한 최첨단 거짓말 탐지기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한국판 첨단과학수사(CIS)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디지털 기반 첨단 과학수사 요소개발` 사업에 2017년까지 최소 25억원, 최대 3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사업은 범죄 증거 확보와 수사 단서 탐지를 위한 기법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한국형 거짓말 탐지기술 개발`과 블랙박스 영상 복원 기술, 정보통신시스템 탐지 기술의 3개 연구과제로 짜였다. 미래부는 이들 사업에 모두 합해 연간 5억원 안팎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앙대 심리학과의 이장한 교수팀과 대검찰청이 공동으로 맡은 `한국형 거짓말 탐지기술 개발`은 열 영상 카메라와 안구운동 추적 장비를 이용해 비접촉식으로 거짓말을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고려대 컴퓨터통신공학부의 이희조 교수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블랙박스 영상 복원 기술` 연구는 저해상도 블랙박스 영상을 선명하게 하거나 의도적으로 훼손·변조된 블랙박스 영상을 복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기술을 실제로 개발해 수사 현장에 투입한다면, 비가 오는 상황이나 야간에 발생해 영상 판독이 어려운 뺑소니 사고 등의 해결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이상진 교수팀과 대검찰청의 `정보시스템 탐지기술 연구`는 범죄자가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은닉·훼손·변조하면 이를 탐지해 증거 데이터를 채증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횡령이나 비자금 조성 등 기업 범죄수사에 상당한 이바지를 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말했다.
미래부는 디지털 기반 첨단 과학수사 요소개발 사업을 지난해 8월 시작했으며 3년 연구 후 평가를 거쳐 2년간 연장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 사업의 총괄 연구책임자인 이상진 교수는 “목표 기술을 제때 개발해 우리나라 과학수사의 수준을 높이고 국민의 안전한 삶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