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콘텐츠마켓은 보여주기만 하는 장터인가

부산콘텐츠마켓(BCM 2013) 실적이 고무줄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며 행사에 대한 유효성 논란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BCM은 `글로벌 콘텐츠 거래장터`를 목표로 지난 2007년 시작해 올해로 7회째를 맞고 있다. 매년 정부와 부산시 보조금 20억원이 지원되는 대규모 행사로 그동안 140억원의 국·시비가 투입됐다.

부산콘텐츠마켓은 보여주기만 하는 장터인가

지난 해 열린 부산콘텐츠마켓의 비즈니스 라운지 전경.
지난 해 열린 부산콘텐츠마켓의 비즈니스 라운지 전경.

하지만 들인 돈만큼 과연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과 함께 일회성 전시행사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거래성과에 의문

가장 빈번히 제기되는 문제는 BCM의 핵심 세부사업인 BCM마켓 거래 실적이다.

BCM조직위원회가 발표한 지난해 BCM마켓 거래 실적은 4800만달러다. 이중 실제 계약이 이뤄졌다는 실거래는 2766만달러, 매매 의향을 타진했다는 상담 실적이 2123만달러였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실거래 실상은 판이하다.

콘텐츠 거래 당사자인 기업 간 거래는 이미 몇달 전 결정된 상태였다. BCM마켓은 사인 또는 이를 재확인하는 장소로 사용됐다.

자체 경비를 들여 국내에 들어와 콘텐츠 비즈니스를 진행할 외국 바이어에게 나랏돈으로 항공비와 숙박비를 굳이 제공한 셈이다.

부산지역 콘텐츠 관련학과 교수는 “기업 비즈니스 과정에 소요되는 경비는 기업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더구나 외국 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에 오는 경비까지 대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BCM 전체 예산 중 국내외 바이어 초청 등에 쓰인 돈은 전체 절반에 가까운 10억원대를 기록했다.

◇거래실적 수치도 고무줄

거래 실적에 관한 수치도 발표 시점마다 차이가 크다.

BCM운영위원회는 2010년 BCM 행사 직후 거래 실적을 4889만달러로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2012년 총회 때는 3100만달러로 축소 기재한 후 2011년에 4800만달러 실적을 올려 전년 대비 65% 성장했다고 밝혔다.

국내 한 콘텐츠업체 관계자는 “이미 해외와 국내 기업 간 거래가 확정됐거나 추진 중인 것을 BCM 실적으로 만들다보니 생긴 일”이라며 “외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콘텐츠 거래를 돈을 들여 억지로 BCM 행사장에서 이뤄진 것처럼 만드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실적”이라 질타했다.

콘텐츠 제작사와 국내외 투자사를 연결해 콘텐츠 제작 투자를 유도하는 `BCM 비즈매칭` 행사도 매년 수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실제 투자로 이어진 사례는 알려진 것이 없다.

◇방송 드라마 콘텐츠만 거래

국내 방송 드라마에 편중된 콘텐츠 거래는 계속 도마 위에 오르는 문제점이다.

KBS와 MBC, SBS 등 3개 지상파에서 방영된 드라마의 거래를 제외하면 국제콘텐츠마켓이라 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다큐멘터리나 애니메이션 거래는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BCM 초기 행사 때 부스를 공짜로 준다는 말에 참가했던 지역 중소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이후 BCM에 참가하지 않는다.

이 업체 사장은 “들러리였다. 유명 방송드라마에만 관심이 집중됐고 다 얘기된 듯 거래가 이뤄질 뿐 우리 콘텐츠는 상담조차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앞서 제기된 국내외 바이어 초청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한류에 편승해 한국 드라마를 구매 중인 바이어로 초청 대상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BCM마켓에서 지상파 드라마 이외의 콘텐츠는 마트의 `끼워팔기` 수준이다.

행사 초기부터 나온 빈약한 `메이드 인 부산` 콘텐츠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지역 콘텐츠 업체들은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외국기업과 국내 대기업 간 드라마 거래를 도와주면서 지역 콘텐츠 업체를 위한 프로그램이나 예산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2012년 BCM 예산 지출 현황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