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을 위해.”
권수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네이버 밴드 앱 첫 화면 문구다.
권 책임은 노벨상을 꿈꾸는 연구원이다. 표준연 내부에서는 `일벌레`로 소문나 있다. 지난 3월엔 열정과 능력을 인정받아 기관이 선정하는 `우대연구원`이 됐다. 3년간 매년 2000만원씩 자율연구비를 지원받는다.
권 책임에 꿈이 뭐냐고 묻자, 뭉그적거렸다. 노벨상 같은 그런 목표 없냐고 채근하자 진짜 `노벨상` 얘기를 조심스레 꺼내놨다. 하지만 공개는 하지 말아 달라며 연거푸 손사래를 쳤다.
이 얘기로 그는 밴드 첫 화면에서 노벨상이란 단어를 `부끄럽다고` 지울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슬기로운 과학자라면 노벨상 실현을 위해 더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전략을 세울 것이다. 결코 불가능한 꿈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말 것이라는 자신감을 그의 말과 행동에서 봤기 때문이다.
권 책임은 40대 초반의 열유체 전문가다. 박사학위는 KAIST에서 땄다. 학위를 취득한 뒤 삼성과 태평양, 표준연, 미국 버클리대 박사후과정을 저울질하다 표준연을 택했다.
그의 목표는 10년 내 SCI급(국제과학기술논문색인) 논문 100편 쓰기다. 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조인력도 없이 오로지 혼자서 일한다.
지난 8일 방문했을 때도 실험실에 혼자 앉아 25㎛ 백금선이 들어가 있는 액체 셀을 들여다보며 열전도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연구와 논문, 실험, 행정 등을 모두 혼자 처리하려니 아쉽고, 어려운 점이 많지요. 보조인력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현 수준에 만족합니다. 밤엔 어느 누구의 간섭도 없이 일에 몰두할 수 있으니까요.”
퇴근 시간은 보통 밤 11시다. 체력관리를 위해 새벽 5시 40분이면 어김없이 헬스장으로 향한다.
애환에 대해 묻자, 잠시 생각하더니 “하고 싶은 연구 마음껏 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며 “10년 뒤, 20년 뒤 열유체 분야 세계적인 대가는 최소한 되고 싶다”는 말을 꺼내놨다.
창의적인 연구결과를 기대한다면 연구하는 사람들을 정부가 흔들어선 안 된다는 입장도 내놨다. 단기성과 위주로 몰아가선 노벨상이 나올 수 없다는 얘기였다.
“잠자리에 누우면 낮에 풀리지 않았던 문제의 해결방안이 떠오릅니다. 광산란 실험으로 나노입자 크기를 측정하는 데 물리적인 방법으로 잰 결과치와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나온 결과치가 다른 경우도 잠자리서 해결했습니다.”
아이디어가 일단 떠오르면 권 책임은 출근이 바빠진다. 빨리 실험해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5년 전 담배를 끊었습니다. 2008년 9월께 알 수 없는 이유로 복통이 잦아들지 않아 입원한 적이 있습니다. 의사가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개복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수술하자고 했지만,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럽열물성학회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운이 좋아 며칠 뒤 저절로 낫긴 했지만, 지금도 원인은 모릅니다.”
그때 원인이 담배일 것으로 생각해 금연에 들어간 권 책임의 일에 대한 열정 단면이다.
최근 권책임은 원리가 다른 세가지 방법으로 액체의 열전도도를 상호체크하는 측정기술을 세계 국가측정기관(NMIs) 중에서 처음으로 고안해 완성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