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기술혁신을 통해 사회·경제 분야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산업혁명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에너지혁명이다. 눈부신 근대 과학기술 발전의 토대는 에너지 기술에서 나왔다.
석탄에너지에 이어 석유와 천연가스 등을 개발해 이용함으로써 우리 사회는 문명 발달과 함께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셰일 가스가 이슈로 떠오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동안 급격한 산업화가 이뤄지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화석에너지 사용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비례해 온실가스 발생량도 급증하게 됐다. 최근 우리가 겪은 전례 없는 혹한과 혹서, 폭우와 폭서는 모두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이다.
지난 100년 동안 세계적으로 지표면 온도가 0.74도 상승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우리나라는 2040년 이후 아열대 기후가 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속가능하고 쾌적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깨끗한 에너지 이용 요구는 이제 우리에게 생존 문제가 됐다.
이를 해결할 유력한 대안으로 주목하는 에너지가 바로 수소다. 신재생에너지인 수소는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오는 2050년을 기준으로 수소에너지 제조기술과 이용기술 성장과 함께 수소경제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이라는 다양한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수소에너지 관련 원천기술 확보는 21세기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가 될 것이다.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수소 생산은 크게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방법, 석탄 및 나프타를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물을 전기분해해 얻는 방법이 있다. 최근엔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큰 방향은 잡혔지만 어느 길로 가야할지는 여전히 명쾌하지 않다.
분석해보면 이렇다. 현재 사용하는 대부분의 수소는 제조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탄화수소 개질 공정으로 만든다. 그러나 탄화수소 개질 공정은 수소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같은 다량의 온실가스 배출이 문제다. 환경오염이나 에너지수급 불안정, 부존자원 의존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둘째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제조하는 수전해 기술은 일장일단이 있다. 상대적으로 무한한 자원인 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공해물질 없이 대량의 수소를 제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전기분해할 때 사용되는 전기에너지 비용이 아직은 높은 편이다.
그래서 떠오른 기술이 고온 수증기 수전해다. 이 기술은 600~800도의 고온에서 수증기를 전기분해하기 때문에 기존 저온 수전해 공정보다 전기에너지가 월등히 적게 들면서도 효율은 훨씬 뛰어나다. 전기 분해 때 필요한 전기와 열은 신재생에너지, 폐기물에너지 및 원자력 발전 등으로 공급받아 쓰기 때문에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다. 온실가스 발생이나 환경부하를 없앨 수 있다.
지난 4월 우리나라를 찾아 4세대 원자로 공동 개발을 제안했던 빌 게이츠는 `TED 2010`에서 미래에너지 비전으로 `제로 탄소를 위한 혁신`을 발표하면서 2050년까지 세계 탄소 배출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후손에게 미래 지향적인 깨끗한 에너지를 물려주는 것은 당연하다. 절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물을 이용한 대용량 수소 제조기술을 먼저 상용화한다면 이 땅은 빌 게이츠가 주장한 미래에너지 비전의 산실이 될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자원부국으로 자리매김 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황주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joohowhang@kier.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