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풍력업계]<하> 규제에 바람이 안분다

풍력사업 관련 인허가 규정대로라면 산과 바다를 가릴 것 없이 사업 가능 지역은 극히 제한적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제공한 바람자원지도에 따르면 육상풍력 가능지역은 강원도, 경상북도 일부다. 하지만 이 지역 대부분이 대부·매각·교환·양여 또는 사권의 설정을 금지한 요존국유림지역, 보전산지로 지정됐다. 전국 산림청 소관 국유림은 139만6036ha에 이른다. 이 가운데 95.7%가 요존국유림이다. 강원도·경상도 지역의 산지 가운데 보전산지가 차지하는 비율도 83.9%에 달한다.

인허가의 첫 번째 관문인 환경평가도 난관으로 작용한다.

규정에 따르면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해당하는 지역에서는 육상풍력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이로 인해 53개소, 설비용량 1841.35㎿에 달하는 사업이 묶여 있다.

업계는 이미 다른 개발 사업을 진행했거나 산림보호 가치가 없는 지역의 규제 완화를 주장한다.

이한준 한국풍력산업협회 부회장은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산림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는 사업을 제외하고 타당성이 검증된 사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업계 건의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12월 녹색성장위원회 보고대회에서 26건의 육상풍력 사업 인허가 개선을 목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의 공동조사를 권고했다.

양 부처가 사업 타당성이 검증된 14개, 420㎿ 규모 사업의 조기 인·허가를 검토하고 있지만 수개월째 진전이 없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부는 풍력산업 진흥을, 환경부는 환경규제를 담당하는 부처로 사안을 바라보는 출발부터 다르다”며 “지난해 말부터 우선 추진 가능한 풍력사업을 선정해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상풍력분야 해결과제도 산적했다. 한국해상풍력발전에서 추진하는 새만금 해상풍력단지와 발전회사의 제주도 대정리 해상풍력단지는 국방부가 레이더 간섭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전남도 지역에 추진하는 4GW 해상풍력단지는 전력계통 연계가 어려워 지연되고 있다.

육·해상 풍력사업 추진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시장창출, 풍력제조기업 육성이라는 정부 목표가 공염불에 그친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업계가 제시한 사업계획을 근거로 판단한 육상풍력 목표치는 2022년까지 연간 411만㎿h다. 이를 풍력발전기 수로 환산하면 신규로 2㎿기준, 780기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 현재 발전중인 단지를 제외해도 530기를 더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국내 추진 풍력사업은 설치용량 기준 80㎿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RPS로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을 의무화해 놓고 사업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여건을 개선하는 관련법률 간소화, 인허가 전담부서 일원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