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케이스스터디]IBK시스템의 직원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

기업은행을 주력 금융계열사로 둔 IBK금융그룹의 IBK시스템이 직원 역량 강화에 두 팔을 걷어 붙였다. 대부분의 금융그룹 IT계열사는 외부 IT서비스기업보다 역량이 떨어진다. 주력 은행의 시스템관리(SM) 등을 수행, 일정 규모의 회사 수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력이 약한 금융IT계열사 인력을 두고 IT인력도, 금융인력도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IBK시스템의 직원 역량교육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 IT교육이 아닌 IT 기반 비즈니스를 제안할 수 있는 컨설턴트 인력을 육성한다. IBK시스템의 직원 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을 들여다봤다.

IBK시스템 임원들이 이규젝티브 코스 교육과정을 듣고 있다.
IBK시스템 임원들이 이규젝티브 코스 교육과정을 듣고 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린 지난 2월 어느 날 서울의 한 호텔 소규모 콘퍼런스룸. 아침 8시 이른 시간이지만 직장인들이 작은 콘퍼런스룸을 채운다. 18명의 직장인은 하루 8시간씩 교육을 받는다. 때론 준비해 온 발표도 하고 날카로운 지적도 받는다. 치열한 토론도 펼친다. IBK시스템의 1기 직원 역량교육을 받고 있는 팀장급 직원들이다. 이들은 컨설턴트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IBK시스템이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1년 전이다. 국내 최고정보책임자(CIO) 1세대로 금융IT에 잔뼈가 굵은 김광옥 사장이 대표로 취임하면서 직원 역량 강화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IBK시스템은 자체적으로 직원 역량교육을 강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고민 끝에 외부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투이컨설팅을 교육사업자로 선정한 것이다.

최석훈 경영전략실 본부장은 “금융그룹 IT계열사의 인력은 금융이나 IT 지식은 있지만 IT 기반의 비즈니스 관점에서 현업에 제안할 수 있는 컨설팅 역량은 부족하다”며 “이 부분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교육 프로그램도 여느 형식적인 교육과 다르다. 웬만한 열정과 노력 없이는 프로그램을 수료하기가 힘들 정도다. 첫주차에는 컨설턴트로서 글쓰기나 프레젠테이션, 사업전략과 성과분석 수업을 듣는다. 2주차에는 첫주차 수업을 기반으로 교육생 전원이 발표를 한다. 컨설팅방법론도 배운다. 발표와 방법론 교육은 5주차까지 이어진다. 발표는 프로세스이노베이션(PI), 분석(애널리틱), 프로젝트관리조직(PMO) 등에 대해 이뤄진다. 마지막주차에는 총정리 차원에서 발표와 토론을 진행한다.

이승수 인사혁신팀장은 “발표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관리하는 강사들의 치열한 지적과 이에 대한 토론을 진행한다”며 “준비가 소홀하면 몇 번에 걸쳐 발표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을 받는 날은 제대로 점심끼니를 떼우기도 힘들다.

교육을 받는 직원들의 불만도 없을 수 없다. 영업현장에서, 제안실에서, 프로젝트 현장에서 너무나도 해야할 일이 많은 팀장들이다. 영업하는데 컨설팅 역량이 당장 필요하지도 않는데 왜 이런 교육을 받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실제로 교육을 처음 시작할 때 직원들 반발이 상당했다. 최 본부장은 “김광옥 대표가 교육이 시작되는 첫날 항상 교육장에 와서 10억원 프로젝트 수주 못해도 좋으니깐 먼저 교육을 받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대표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IBK시스템 내부 역량교육을 임원 22명과 팀장 37명이 수료했다.

불만을 제기했던 직원들 중에서 80%는 180도 달라졌다. 휴일이면 스스로 회사를 나와 발표 자료를 만들기도 한다. 컨설팅 역량이 필요 없다는 직원들이 이를 영업현장에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한다. 이 팀장은 “모든 직원이 긍정적으로 변화되지는 않았지만 상당수 직원이 능동적으로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전체를 총괄하는 박주석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는 “교육으로 컨설팅 역량과 사업 역량 등을 강화해 금융IT 전문가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며 “IBK시스템은 기술 이상의 것으로 승부하는 회사로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IBK시스템은 올해 팀장급 전 직원인 100명으로 교육을 확대한다. 내년에는 과장과 차장급에도 적용한다. 사내 교육으로만 그치는 것도 아니다. 투이컨설팅과 향후 대외 금융IT 교육사업도 추진한다. 김광옥 대표는 “향후 직원들의 컨설팅 역량 내재화를 위한 프레젠테이션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