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부품업체 A사는 어렵게 확보한 일본 수출 물량을 자발적으로 줄였다. 수출대금을 엔화로 받는데 최근 엔저로 손익 맞추기가 힘들어서다. 회사 측은 “거래처를 잃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출한다”고 토로했다.
#회원사 수출기업화를 추진 중인 이노비즈협회는 최근 엔저가 걸림돌로 부상했다. 회원사들이 글로벌 경쟁력 약화 불안감으로 수출 의지가 퇴색되고 있어서다. 홍창우 이노비즈협회 전무는 “엔저로 업체 걱정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아직까지 피해본 곳이 많지는 않지만 언론에서 엔저 파장을 많이 언급하면서 수출을 두려워하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엔저가 새 정부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구현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창조경제를 이끌 기술혁신기업의 과감한 창조적 혁신이 엔저 여파로 의지가 꺾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자금사정이 녹록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영 불안감은 곧 투자와 혁신 축소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전자신문이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협회)와 공동으로 이노비즈기업 대상 엔저 영향 설문조사에서 절반을 크게 넘는 기업이 `피해를 봤다`고 응답했다. 조사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이뤄졌다.
엔화 약세 영향에 `많이 피해를 봤다`(33%)는 응답을 포함해 `피해 봤다`는 응답이 64%에 달했다. `변동 없다`는 응답은 27%였으며 `이득을 봤다`는 기업은 7%에 그쳤다.
문제의 심각성은 앞으로 전망에서 나타난다. 지금보다 엔저 피해를 볼 것으로 보는 기업이 크게 늘어난다. 전체의 49%가 앞으로의 엔화 약세 영향에 대해 `많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를 체감하고 있는 기업(33%)보다 16%포인트 급증한다. `약간 피해를 볼 것`이란 응답도 31%에 달했다. `변동 없을 것`이란 응답과 `이득을 볼 것`이란 응답은 각각 13%와 6%로 내려갔다. 내수업체나 일본에서 부품 등을 수입하는 업체들도 엔저 장기화가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엔저 여파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신승관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일본 기업이 엔저로 바로 가격인하를 하거나 마케팅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지는 않은데 이는 경영전략을 단기적으로 수정하지 않는 선진기업의 공통된 특징”이라며 “일본 기업이 자금 여력을 확보하고 엔저 장기화를 확신하는 하반기부터는 가격 인하와 마케팅을 강하게 펼칠 것”으로 우려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엔고 혜택을 받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중소기업이 IT를 접목하거나 신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김명희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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