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개성공단 물자 반출 놓고 진실공방

남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원부자재와 완제품 반출을 둘러싼 진실공방을 계속했다. 주말동안 북측은 이미 구체적 반출 일정을 제시했다고 주장했으며, 남측은 북이 사실과 다른 왜곡된 주장으로 `남남(南南)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양 당국의 원부자재와 완제품 반출 협상이 지연되면서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우리의 대화 제의를 폄훼하고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 개성공단 중단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여기에 북한이 유도탄을 발사하는 등 도발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음을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북한은 지난 15일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하 총국) 대변인 문답과 18일 우리 기업들에 보낸 팩스에서 협의를 위한 구체적인 날짜까지 제시했다며 사실과는 전혀 다른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다”며 “북한이 원부자재, 완제품 반출문제를 협의할 진정한 의사가 있다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것이 아니라 우리정부가 제의한 대화에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두 차례에 걸쳐 원부자재, 완제품 반출 일정을 밝혔다는 북한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1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총국 대변인 대답을 공개하면서 “우리 측은 지난 3일 남측 잔류인원들이 개성공업지구에서 전부 철수할 때 공업지구 정상 유지관리를 위한 관계자의 출입과 입주기업들의 방문 및 물자반출을 허용해줄 의사를 표명했으며 일정까지 제시했다”고 밝혔다. 18일에도 북한은 “우리측 최종인원 철수시 반출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를 위해 5월 6일까지 구체적 협의 및 출입계획을 제출하라는 안까지 제시했다”는 총국 대변인 명의 팩스 문서를 7∼8개 우리 입주기업에 보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이 5월 6일까지 구체적 협의 및 출입계획을 제출하라고 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북한이 방송에서 주장한 것과 같이 구체적인 날짜를 제시한 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에 의해 차단된 서해 군사채널과 판문점채널을 통해 어떠한 계획도 통보할 수 없는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북한이 날짜를 제시하면서 통보하라고 했다는 주장은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면서 `남남 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라는 주장이다.

북한이 우리 측에 원부자재 및 완제품 반출을 허용할 뜻을 표명한 사실이 밝혀지자 입주기업들은 남북 간 개성공단 관련 논의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북측과 우리 개성공단 관리위원회가 논의했던 모든 사항을 즉시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원부자재 반출을 비롯해 개성공단 정상화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협의하는데 이해당사자인 기업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오는 23일로 신청한 공단 방문이 이뤄질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오는 23일 공단 시설점검과 원부자재 및 완제품 반출을 위해 통일부에 방북을 신청했으며 공단 방문을 위해 남북출입사무소(CIQ)에 집결할 예정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