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A사는 전체 직원이 30명인 영세기업이다. A사는 3년 전 정부의 정보화 예산 지원을 받아 플라스틱 용기 납품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A사는 시스템을 구축한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작업으로 납품처와 주문량 등을 관리한다. 당시 구축한 시스템은 소규모 기업에 맞지 않는 중견기업용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유지보수 비용이 부담돼 업그레이드나 기능 수정은 엄두도 못냈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보화 예산으로 구축한 정보시스템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이다.
정부가 비현실적인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 대대적인 개선에 나선다. 기존의 정보시스템 구축 지원으로는 300만개에 이르는 중소기업의 정보화 격차를 해소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중소기업이 필요한 정보시스템을 서비스 형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현실적인 정보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기정원)은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을 위해 `클라우드 기반 중소기업형 경영혁신플랫폼`을 구축한다고 20일 밝혔다. 7월까지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하고 연내 플랫폼을 구축한다. 내년부터 50인 미만 중소기업을 시작으로 정보화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한다.
◇기존 지원사업, 비현실적이어서 효과 작아
정보시스템 구축 시 비용을 지원하는 현 중소기업 정보화 사업은 한계가 많다. 예산이 한정돼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한계다. 많은 예산을 책정했다 하더라도 312만개의 중소기업 전부를 지원할 수는 없다. 정부가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중소기업 정보화에 2369억원을 투입했지만 지원 받은 기업은 전체 중소기업 중 2574개인 0.08%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이 정보시스템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기정원 조사 결과, 정보화 지원을 받은 2547개 기업 중 21.3%는 시스템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정보시스템이 중소기업 현실에 맞지 않거나 기능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의 운영인력 부족, 유지보수 비용 부담, 직원 의지부족 등도 정보시스템을 활용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클라우드형 정보화지원사업`을 도입했지만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 사업은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를 선정, 상용 서비스를 중소기업에 제공하는 형태다.
기정원 관계자는 “클라우드형 정보화지원사업은 정부가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서비스를 중소기업과 연결해주는 역할만 수행하다 보니 상용 서비스가 중소기업에 맞지 않거나 유지보수에 문제들이 발생해도 해결할 방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서비스는 지난해 종료돼 내달까지 사업 결과 평가와 참여기업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지원여부를 결정한다.
◇50인 미만 영세기업 대상, 초기 무료 제공
새로 추진하는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사업은 클라우드 기반 기업 공동활용시스템을 플랫폼으로 구축, 온라인 기반 SssS로 제공한다. 정부가 플랫폼 구축과 서비스, 유지보수를 직접 담당한다.
업종별 특화 솔루션도 개발, 해당 중소기업에 제공한다. 업종별 특화 솔루션은 상용 솔루션이 아닌, 특화 영역에 맞춰진 맞춤형 솔루션이다. 플라스틱 제조업체의 고객관리솔루션이나 섬유생산 업체의 판매 협업시스템 등이 해당된다.
기정원은 연내 30억원을 들여 플랫폼을 구축한다. 특화 영역별 솔루션은 산업별 조합으로부터 요건을 받아 개발, 제공할 계획이다. 미래부의 클라우드 테스트베드센터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터를 이용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50인 미만 중소기업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후 단계별로 사업규모와 영역을 확대한다. 서비스가 시작된 2014년부터 3년간은 무료로 제공하고 이후부터 유료화를 추진한다. 과금정책은 추가로 마련한다. 중소기업의 정보화 교육도 현실화한다. 사업 특성상 대부분 대표와 일부 임원이 정보화에 관여하는 점을 고려 사장과 임원 대상 교육을 강화한다. 산·학·연 IT전문가 중심으로 IT코디네이터 조직을 구성, 중소기업을 방문해 상담을 수행한다.
정부는 클라우드 기반 중소기업 경영혁신 플랫폼 구축으로 한정된 예산의 효율적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들은 추가 부담 없이 정보화 환경 구축이 용이하고 유지보수 관련 시간·경제적 부담도 해소할 수 있다. 기정원 관계자는 “제공하는 특화 솔루션은 대부분 상용 솔루션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어서 기존 민간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클라우드 기반 중소기업 경영혁신 플랫폼 사업 내용
자료 :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정부 지원으로 구축한 정보시스템 활용 저조 사유
자료 :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2012년)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