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이 선택한 최희선, 그는 누구?

가왕 조용필이 선택한 최희선, 그는 누구?

가왕 조용필의 공연을 앞두고 화제의 중심에 선, 또 한 사람의 국가대표급 뮤지션이 있다. ‘기타의 전설’로 불리는 최희선씨(52)가 바로 그 주인공.

기타연주자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그는 어린시절부터 화려한 무대와 연예인들을 만나왔다. 1977년 데뷔한 이래 인연을 맺은 유명가수들은 손꼽을 수 없을 정도. 입대전날까지 함께 술을 마시다 머리를 깎으러 갔을 만큼 신중현과는 각별했고, 위대한탄생 멤버로 20년을 동고동락하면서 요즘엔 ‘조용필의 남자’라는 수식어도 따라다닌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내건 솔로앨범을 발표하고 무대의 주인공으로 관객 앞에 선 것은 올 4월 용산아트홀에서 열린 ‘어나더 드리밍(Another Dreaming)’이 처음이었다. 음악인생 37년만에 말그대로 ‘꿈의 무대’에 오르고 난 후, 그는 부쩍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물론 음원차트를 올킬하고 오는 31일 전국투어 콘서트를 시작하는 조용필의 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를 주목하게 만드는 진짜 이유는 공연장에 함께 선 후배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의 공연장은 어느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 못지않은 설렘과 흥분, 기대로 넘쳐났다. 그날의 스포트라이트는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족히 수백번은 올라갔을 무대에서 그는 언제나 조연이었기에, 2시간 남짓 그 시간 만큼은 팬들의 환호와 박수를 독차지 해도 좋았다. 그의 기타는 헤비메탈과 블루스를 넘나들면서, 때로는 금속성의 질주감으로 짜릿한 전율을 선사하다가 어느새 눈물이 뚝뚝 흐를 만큼 처연한 선율로 관객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2부 순서를 후배들과 함께했다. 스튜디오 세션, 편곡자, 음악프로듀서로 왕성하게 일해왔으니 흥행을 위해서 인기가수를 초청할 법도 했지만 그의 선택은 남달랐다. 한번도 큰 무대에 서본 적 없고, 이제 막 날개짓을 하려는 무명의 뮤지션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처음 등장한 마현권은 그래도 초대가수 중 유일하게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실력파밴드 에쉬 그레이의 보컬. 그는 양희은의 ‘사랑 그 쓸씀함에 대하여’와 게리 무어의 ‘Still Got The Blues’를 최희선의 어쿠스틱 반주에 맞춰 차분하면서도 세련되게 소화해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 등장한 여성보컬 타미(안현선)도 미니 앨범 한 장 발표가 전부인 신인. 타미가 퀸의 “I Want To Break Free” 팻 베내타 “Hit Me With Your Best Shot” 박인수의 “봄비”를 소울풀한 음색으로 부르면서 홍대 인디밴드로 자리를 옮긴듯 공연장에는 젊음의 에너지가 가득찼다.

서울예대 1학년에 재학중인 씩씩한 스물한살의 록커 박태욱. 그는 신중현의 ‘미인’과 오지 오스본의 ‘Mr. Crowley’,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열창해 마치 야외의 록 패스티벌처럼 후끈 달아오른 열기로 관객들을 일어서게 만들었다.

가왕 조용필이 선택한 최희선, 그는 누구?

삼촌, 이모뻘 되는 기타팬들에게 가장 큰 응원의 박수를 받은 뮤지션은 강민진. 최희선을 비롯 ‘3G’로 불렸던 신대철, 김도균, 김태원까지 기타의 세계는 남성들이 계보를 이어왔다.

강민진은 앳된 외모와 달리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기타리스트라는 점에서, 앞날이 기대되는 신인이다. 올블랙 차림으로 등장한 그녀는 무대에 서자마자 강렬한 포스로 몰입도 높은 연주를 들려줘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최희선과 강민진은 지난해 6월 열린 12G신 공연을 시작으로 배철수의 7080 ‘JK 김동욱편’ 등에도 나란히 출연해 까마득한 선배와 당찬 후배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보여준 바 있다.

어나더 드리밍 앨범 중에는 조용필을 향한 헌정곡 ‘사운드 오브 문(Sound of Moon)’이 포함되어 있다. 곡의 부제인 ‘3.21.’은 그가 큰형님으로 모셔온 조용필의 생일. “지난해 3월 21일 늦은 밤 연습실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로 위로 비치는 달빛이 너무 쓸쓸해 용필이 형을 생각하면서 만든 곡”이라는 게 최희선의 설명이다.

이렇듯 스승에겐 무한한 존경을, 후배에겐 넉넉한 사랑을 베풀 줄 아는 뮤지션이기에, 그는 또다른 꿈을 꿀 자격이 있다. 이날 함께한 싱그러운 젊음들이 언젠가는 자신만의 성숙한 무대를 만들고, 그 자리에 또 다른 풋내기 후배들을 기꺼이 초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