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로 우리가 가진 모든 장애를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이를 현실화 할 수 있는 우수한 기술을 갖추고 있죠. 중요한 건 교육 방식의 혁신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발명가 레이몬드 커즈와일은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3 미래창조과학 국제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에 나서 우리나라가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교육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정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학문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커즈와일 이사는 “과거 시각장애인의 독서를 돕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후 인공지능, 기계공학, 컴퓨터공학 등을 두루 배웠던 경험이 있다”며 “개별적으로 학문을 배우려하기 보다는 특정한 목표를 세우고 여기에 필요한 공부를 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우수한 멘토링이 필요하다는 게 커즈와일 이사 설명이다. 이 같은 교육 방식은 학교 뿐 아니라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모든 직원이 근무 시간의 20%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투자하도록 해 창의력의 극대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 방식 변화로 창의성을 끌어올리기에 우리나라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우수한 ICT 기술을 갖추고 있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 전반에서 기술 발전 속도가 `폭발적`으로 빨라지고 있어 머잖아 지금과는 전혀 다른 환경을 경험하게 될 것이며, 이는 우리나라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빠른 기술 발전이 사회에 긍정적인 이유는 미래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커즈와일 이사는 “과거 대공황과 최근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도 기술 발전의 곡선 그래프는 변함이 없었다”며 “컴퓨터만 해도 가격 대비 성능, 용량 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고 이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학자들은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도 소비가 두 배 늘어나지 않는다며 디플레이션을 걱정하지만 이는 기우일 뿐”이라며 “제품의 가격 대비 성능은 폭발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커즈와일 이사는 기술 혁신의 중심에 3차원(3D) 프린터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폭풍 전야의 고요의 순간`이며 조만간 급격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3D 프린터 때문에 특정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신경 쓸 필요가 없으며, 대신 지식재산권에 대한 철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3D 프린터가 조만간 제조 산업을 일정 부분 대체할 것으로 보이고 패션 등의 분야도 예외가 아니”라며 “음악, 영화 등 콘텐츠의 디지털화로 관련 산업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에 불과했듯 오히려 패션 산업도 3D 프린터 덕분에 호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신 이 같은 사업이 투자를 받으려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 장치 뿐 아니라 소비자를 설득하는 사회적 계약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