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4일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벤처 프라이머리 CBO(P-CBO)를 발행한다.
벤처 P-CBO는 지난 2001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던 금융기법이다.
개별로 채권을 발행할 수 없는 기업을 모아, 위험을 분산시킴으로써 공동의 채권을 발행하는 형태다. 여기에 기술신보 같은 기관이 보증을 섬으로써 P-CBO 자체에 공신력을 더한다.
첫 도입된 2001년은 벤처붐이 꺼져가던 시점으로, 투·융자 등 벤처기업의 자금줄이 막혀있던 상황이라 엄청난 호응을 받았다.
이런 인기에 정부는 당초 2회 정도만 발생하려고 했던 계획을 바꿔 총 6회로 발행 규모를 늘렸다. 예산을 직접 투입하지 않고, 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에 정부가 판단력을 상실했던 것이다. 이를 통해 벤처기업은 총 1조9184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욕심은 화를 부르는 법이다. 발행 횟수를 늘리면서 1, 2회 풀에 들지 못했던 부실기업에 자금이 유입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결국 이런 상황은 P-CBO의 부실로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전체 사고율이 연간 10% 미만에 불과했지만, 사고가 일시에 몰리며 당시 보증기관인 기술신보는 유동성 위기에 몰렸고, 직원의 20% 가까운 구조조정과 조직 존폐까지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당시 6회에 걸쳐 발행된 자금 중 1조 2700억 원이 상환됐다. 회가 거듭될수록 부실기업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1, 2회 P-CBO는 손실이 없거나 오히려 수익을 냈다.
최근 많은 중소·벤처기업 지원정책이 연이어 발표된다. 각종 자금지원도 다양하다. 하지만 결과와 시장논리를 고려하지 않는 정책은 큰 부작용을 낳는다. P-CBO에서 얻는 타산지석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