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소재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과 글로컬라이제이션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장치산업을 중심으로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룩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급속한 추격과 유로존 재정 위기, 유가 상승, 일본의 엔저 정책과 맞물리면서 5대 주력산업(전자·자동차·조선·석유화학·철강)의 경쟁력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이는 경제성장 정체와 실업률 증가, 중산층 붕괴 등 사회·경제적 문제로 이어진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지금처럼 대량 생산을 통한 완제품 위주의 국내 산업 구조로는 이런 문제를 돌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재부품칼럼]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소재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과 글로컬라이제이션

바로 이 대목이 첨단 소재산업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첨단 소재산업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의 큰 축으로서 자체 시장을 창출할 뿐 아니라 완제품과 부품의 고성능화와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미래 먹거리와도 직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가치사슬의 최하단을 받쳐주는 첨단 소재산업은 가장 취약한 분야 중 하나다.

그렇다면 새로운 융·복합 산업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어떠한 정책적 대안이 마련돼야 할까. 국내 소재기업 대다수가 중소기업인데다 핵심 소재 원천기술도 부족하다. 첨단 소재는 개발도 어렵지만 상업화에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많은 기업들이 소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재 산업은 전방 수요기업의 완제품·부품 혁신을 추구하면서도 독자 시장을 창출해가는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오픈 이노베이션과 글로컬라이제이션이 전략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 즉 개방형 혁신은 기업 안팎에 연구·개발·사업화의 전 과정을 개방하고 자유롭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안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수익을 참여자와 공유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폰 운용체계(OS)인 구글의 안드로이드다. 아이폰은 초기부터 폐쇄적 OS를 고수해 자체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범용성과 호환성 등에서 열세를 겪고 있다.

국내 대기업(수요처)과 중소·중견기업(공급처) 간 강력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 차세대 기술과 시장의 불확실성 등을 극복하고 동반 성장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기업이 필요한 아이디어나 기술 등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한편 내부의 것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핵심은 상호 신뢰가 전제다. 만약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보유 기술을 외부 자원으로 활용한다면 중소기업은 단순 기술공급자가 아닌 산업 생태계의 동반자로서 자신의 생존이 담보돼야 한다.

또 다른 각도에서 한국의 현황을 조명해 보자.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할수록 국가 단위의 개념은 사리지고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경 없는 경제 전쟁이 심화되고 있어 글로컬라이제이션, 즉 세계화(globalization)와 현지화(localization)가 동시에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첨단 제조업 분야의 오픈 이노베이션, 글로벌 인적자원 수급, 첨단 제조기술의 사업 환경 다변화 등을 위해서는 글로벌 소재기업의 현지화 전략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신속한 소재·부품 조달과 공급, 완제품 원가 절감, 핵심 소재의 국산화와 고용창출 등이 해외 소재기업을 국내에 유치해야 하는 이유였다. 이제는 창조경제 생태계 기반의 새로운 수요에 함께 대처해야 할 때다.

아직은 상대적인 열세에 처해 있는 우리나라 중소 소재기업 만의 강점을 발굴하고 글로벌 소재기업의 현지화 네트워크 형성을 촉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상호 동반성장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나라 첨단 제조업 경쟁력 제고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sidlee@plaza.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