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영향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역전됐다.
22일 정유 업계와 일본 자원에너지청 등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의 5년 전 가격인 ℓ당 1600원대로 휘발유가 유통되고 있다.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896원이다.

일본의 휘발유 가격은 아베 정부가 엔저 정책을 시행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ℓ당 148엔에서 이달 152엔으로 4엔 올랐다. 실제로 가격은 소폭 상승했지만 이 기간 엔화 환율이 100엔당 1450원에서 1088원으로 30% 내려갔다. 일본 휘발유 가격을 한화로 환산하면 지난해 10월 2160원에서 5월 1660원으로 500원가량 대폭 내려갔다.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05원에서 1896원으로 109원 내렸다.
일본 휘발유 가격은 환율 30% 하락에 따른 원유 수입가격 급등에도 3% 오르는 수준에 그쳤다. 우리나라에서는 원화 환율이 30% 내리면 소비자가격이 적어도 20% 정도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휘발유 가격이 국제유가 하락세에도 ℓ당 2300원으로 올랐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정유업계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이 같은 차이는 석유제품 유통구조, 유류세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유류세는 ℓ당 56.8엔으로 고정돼 있다. 국제 유가가 오르거나 엔화 환율이 하락해도 세금으로 인한 소비자 가격 추가 인상은 없다. 국제 유가 급등이나 환율하락은 일본 소비자가격 인상에 영향이 적다.
국내는 국제유가 상승이나 원화 환율 하락은 석유제품 가격뿐만 아니라 유류세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석유제품 가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가 정유사의 석유제품 세전 공급가격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환율이나 국제 유가 변동에 따라 유류세도 함께 오르내리는 구조로 일본에 비해 소비자가격에 갑절이나 영향을 끼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유류세 비중이 높고 유류세가 세전 석유제품 가격에 연동되는 구조기 때문에 국제 유가나 환율과 같은 외부 가격변동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