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여름절기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한 것이 24절기다. 황도에서 춘분점을 기점으로 15° 간격으로 점을 찍어 총 24개의 절기로 나타낸다. 이를 4계절로 구분해보면 계절별로 6개의 절기로 나눠진다. 여름에 속하는 절기는 입하(立夏), 소만(小滿), 망종(茫種), 하지(夏至), 소서(小署), 대서(大署)가 있다.

지난 21일은 24절기 중 여덟 번째 절기인 소만이다. 소만은 입하와 망종 사이에 들어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해 가득 찬다는 의미가 있다.

절기에 걸맞게 여름 더위도 시작됐다. 21일 서울 한 낮 기온이 26도까지 이르는 등 더위가 시작됐다. 소만을 기점으로 기온이 점차 더 올라 금요일에는 올 들어 가장 더운 날씨를 기록할 전망이다. 절기에 따른 오묘한 자연의 변화가 신비할 따름이다.

하지만 때이른 더위는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걱정을 안겨 준다. 특히 가장 중요한 에너지 전기를 공급하는 사람들의 긴장감이 높아진다. 23일 서울 낮 기온이 29도까지 치솟았다. 곧바로 전력거래소 운영예비력은 400만㎾ 대로 뚝 떨어졌다. 당국은 전력공급 조기 비상 체제를 가동하고 전력수급대책에 따라 예비력 확보에 나섰다. 예방정비로 가동이 정지된 일부 원전도 전력수급 상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더위에 전력수급이 빠듯해진 것은 냉방기 가동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에선 발전 설비 투자가 급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여름과 겨울 전력수급이 어렵다는 정부의 분석도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한편에선 연말 신규 가동 예정인 원전에서 전기를 끌어올 송전망 구축은 안 된다고 외친다.

우리의 전력수급은 소만에 휘청했다. 여름에 속하는 절기는 앞으로 네 개가 더 다가온다. 본격적인 무더위에는 과연 어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전기의 공급능력이 과연 충분한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