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산업 혹은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일부 산업이나 제품이 쇠퇴하는 반면 신 산업 또는 제품이 등장하기도 한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는 온라인게임의 성장이 PC패키지와 콘솔 게임의 쇠퇴를 가져온 반면 게임 내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함께 성장했다.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10년 안팎으로 현재 그 규모가 1조 5000억원(개인 간 거래 제외 수치)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다.
이처럼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성장한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은 게임 내에서 얻은 재화를 실제 현금으로 거래한다는 측면에서 편리한 게임이용을 돕는 반면 사행성을 부추기는 양면의 칼날을 갖고 있어 게임사가 쉽사리 뛰어들지 못한 게 현실이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게임물등급위원회를 폐지하고 새롭게 게임물관리위원회를 설립해 성인 게임만을 등급분류하고 청소년 게임물의 등급분류는 민간기구에 이양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아이템 현금거래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법 통과에 따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6개월 후인 오는 11월 신설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청소년 게임물의 등급분류 업무를 담당하는 민간기구 설립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돼 향후 아이템 현금거래가 양성화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짙어 음성화된 것이 사실. 최근 수년간 청소년의 게임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등 규제 법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되는 아이템 현금거래가 자칫 게임사들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아이템매니아(IMI)와 아이템베이 등의 중계 사이트가 아이템 현금거래 양성화에 힘을 쏟으며 음성적인 거래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있지만 여전히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좋지 못한 편이다.
이처럼 아이템 현금거래는 국내에서 쉬쉬하는 사이 뒤 늦게 형성된 해외 시장에서 하나의 사업모델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해외에서 아이템 현금거래 양성화에 첫발을 디딘 게임사는 다름 아닌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다. 지난해 5월 출시한 PC패키지 액션 RPG인 ‘디아블로3’에 현금경매장을 도입하면서 현금거래 양성화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게임 내에서 얻은 아이템을 현금으로 거래할 수 있는 경매장을 게임 내에 개설해 유저 간 거래가 완료되면 일정 부분 수수료를 게임사가 챙기는 형태의 사업모델인 아이템 현금경매장은 국내에서는 앞서 언급한 이유들로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북미에서는 지난 6월 서비스가 개시됐고 국내 역시 상황에 따라 도입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린 상태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인 밸브코퍼레이션의 스팀이 ‘팀포트리스2’로 ‘디아블로3’의 그것과 유사한 현금거래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전 세계 게임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스팀에는 ‘마비노기영웅전’ ‘테라’ ‘C9’ ‘러스티하츠’ 등 국내 게임사의 작품들이 입점해 있는 만큼 국내에서 눈을 돌려 규제의 범위에 닿지 않는 해외에서 아이템 현금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거대 게임 시장인 중국에서는 아이템 현금거래를 신 성장 동력으로 삼아 정부로부터 라이선스 취득을 통해 활발한 시장 진입을 돕고 있다. 이에 중국의 최대 아이템 거래 사이트인 5173닷컴의 연매출은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을 뛰어넘는다. 여기에 5173닷컴이 한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소식이 업계로부터 흘러나오면서 국내에서도 아이템 현금거래를 사업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아이템 현금거래는 규제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10여 년간 성장을 거듭해 왔다”며 “여기에 아이템 현금거래는 이용자층도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제는 양성화를 통한 하나의 사업모델로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