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창조경제 실현 위한 출연연 발전방안

창조경제가 화두로 등장했다. 과학기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엔 실적이 뭐냐는 질책 앞에 한없이 작아졌던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나서 `스스로` 변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이 약속에는 기관 간 칸막이 제거와 신명나는 연구환경 조성, 산학연 간 개방형 협력, 창업 전담조직 신설 등을 비롯한 8대 항목을 담았다. 그러나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산 넘어 산`이다. 정부와 국민, 국회, 업계 등의 지원 없이는 풀 수 없는 일과 `손톱 밑 가시`들이 곳곳에 복병처럼 숨어 있다. 이에 전자신문은 미래창조과학부, 이상민 의원실과 공동으로 출연연, 업계, 대학이 어떻게 협력 및 상생을 모색하고, 창조경제를 실현해야 하는지 각계 전문가들의 중지를 모으는 자리를 마련했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출연(연)-대학-기업 상생 좌담회`가 지난 16일 서울 반포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토론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출연(연)-대학-기업 상생 좌담회`가 지난 16일 서울 반포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토론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참석자(가나다순)

강성모 KAIST 총장

성명기 이노비즈협회장

손승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창의미래연구소장

손진훈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충남대 교수)

양성광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선도연구실장

양세훈 연구발전총연합회 부회장

이성우 공공연구노조위원장

* 사회 박희범 전자신문 전국취재팀장

◇사회(박희범 전자신문 전국취재팀장)=최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내놓은 얘기의 핵심은 자율성이다. 당연히 자율성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창조경제를 국정철학으로 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미션 아래 출연연이 어떤 모델로 가야 하는지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양성광 미래부 미래선도연구실장=5년 전 청와대 있을 당시, 출연연 거버넌스 문제가 많이 논의됐다. 현재 수립한 출연연 발전방향의 대부분은 예전에도 추진했던 내용들이지만, 맨 윗단 거버넌스 문제에 갇혀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풀지 못하는 현상들이 이어져 왔다.

그래서 출연연과 협의해 나온 게 `스스로 해보자`는 것이다. 아무리 잘해도 정부가 주도하면 위로부터의 개혁이고 간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산학연이 협력해야 했는데 경쟁모드로 갔다. 원인은 연구성과중심제(PBS) 문제가 가장 컸다. 대학 연구가 커지면서 출연연 간 중복 연구가 있었고, 출연연 내 연구원 간 수주경쟁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연구개발(R&D) 임계규모가 작아 서로 협업하고 융합연구를 했어야 했다.

지금은 세계 최고 기술만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출연연 사명을 정확하게 정립해야 하는 이유다.

연구기관마다 기본 임무가 있다. 기초원천과 같은 당연한 임무가 있고, 5~10년을 보는 시장·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분야를 연구소 간 협동해서 전략적으로 개발하는 미래전략기술 연구 임무가 있다. 그리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기술 개발과 중소기업지원 등이 있다.

이를 기관별로 비중을 정하고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밑에서부터 미션을 정의하고 그 미션에 따라 출연연이 정할 필요가 있다. 평가체계도 그렇고 기관평가도 그렇다. 개인평가도 마찬가지다.

◇사회=출연연이 역할을 스스로 정립하게 하거나 아니면 R&D 과제도 스스로 결정을 하자는 것인가.

◇양성광=그동안 출연연이 스스로 목적기초 과제를 정하지 못했던 이유는 출연금 비중이 낮았기 때문이다. 오는 2015년까지 70%를 넘기기로 정부가 얘기하고 있는데, 이대로 되면 출연연 간이나 대학 등과 경쟁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양세훈 연구발전총연합회 부회장=대부분 출연연 내적인 문제는 이미 분석 되어있고 외적 사항중 공무원 평가제도의 문제가 있다. 당연히 리스크가 적고, 성공률이 높은 일을 하려고 하게 돼 있다.

출연연 미션은 고유한 것이다. 국가 공공기술, 사회문제 등을 해결해주는 대학과 기업이 할 수 없는 그런 미션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 그렇게 못한 이유는 PBS 문제도 있으나 더 중요한 것은 건 출연연이 자율적으로 미션을 정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이다.

◇ 사회=출연연 미션과 함께 체제 문제도 곁들여 얘기해 달라.

◇ 손승원 ETRI 창의미래연구소장=웬만한 좋은 제도는 이미 참고해 정리가 잘 돼 있다. 무언가 개선돼야 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정부가 출연연을 처음 만들 때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창조경제란 새 패러다임도 제시됐다. 출연연을 다시 한 번 재점검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접근 자체도 좋다. 하지만 2~3년 지나 용두사미가 되거나, 늘 `늑대소년`처럼 되는 게 문제다. 지금도 연구원들이 바라볼 때 창조경제와 미래부에 기대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흔들었다 원위치하지 않을까?”라는 염려가 없지 않다. 이제는 실행 담보가 중요하다.

연구원들 요즘 보면 `기`가 없어진 것인 것 같다. 연구원에 들어 올때는 열심히 공부도 했고 프라이드가 컸는데, 지금은 아니다. 자긍심이나 자존심을 고양해야 한다. 제도를 아무리 잘해놔도 연구원에 프라이드를 줄 수 없다면 문제일 수 있다.

결국 출연연 문제는 심적인 부분에서 잘 업그레이드해 주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본다.

자긍심은 자율권이 있어야 생긴다. 출연금 비중을 높인다든가, 해당 연구원장에게 상당부분 자율권을 주면서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차제에 출연연 연구원을 국가 공무원식 과학자로 전환하는 건 어떤가.

◇강성모 KAIST 총장=미국 AT&T 벨 랩에 여러 해 있었다. 연구원 프라이드와 자율권 등을 벤치마킹해보면 국가 연구원은 아니지만, 연구를 계속하거나 임원이 되거나 하는 페럴렐 레더(사다리) 시스템을 볼 필요가 있다.

연구 잘하는 사람은 펠로(석학연구원)가 돼 임원과 동급이 된다든지 하면 될 것이다.

자율권은 연구자에게 다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임무에 따라 그럴 수 없는 때도 있다. 대신 연구공적이 많거나 `특정 권리`을 얻었는데 기관장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

연구기관 자체 자율권도 정부가 보장해 줘야 한다. 기관장이 자율권을 가져야 기관 미션에 대한 협력이 원활해질 것이다.

◇양성광=공무원 조직에서는 과거 `주사`를 전부 `주무관`으로 바꿨다. 연구원들도 꼭 박사를 받아야 하는가. 석사로서 기술직으로 충분히 올라가고 자긍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구조상 박사를 안 따면 기술직으로 일을 잘해도 아래로 취급하는 구조가 은연 중에 깔려 있다. 이런 걸 보완해야 할 것이다.

◇양세훈=ADL 보고서에도 나와 있듯 출연연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다. 출연연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 돼 있어 매우 경직 되게 운영되고 있다. 기타공공기관에 속한 다른 기관은 대부분 수익구조가 있거나 독점체제다. 출연연은 연구와 중소기업에 기술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인데 수익 구조를 갖는 기관과 같은 잣대로 운영하니 유연성이 떨어진다.

`을`의 입장인 출연연만 바꾸면 마치 세상이 바뀔것 같이 말하면 안된다. 출연연에도 사회와 마찬가지로 죄짓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그 사람이나 잘못된 제도만 수정하면 되는데, 그걸 막으려고 출연연 전체를 흔든다.

경쟁에서도 출연연은 불리하다. 출연연에는 PBS와 정년, 연금 등의 문제가 있다. 창조경제를 하려면 근본적으로 열정을 창출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PBS와 같은 족쇄를 채워놓고 빨리 뛰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회=업체 시각에서 보면 어떤가.

◇성명기 이노비즈협회장=정부와 출연연이 갑을 관계면 기업은 `병`의 입장으로 봐야 한다.

연구원이 `기`가 죽어있다는 얘기 들으면서 “참으로 배가 부른 얘기를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만은 대학나온 기술자 초봉이 1만7000~1만8000달러 수준이다. 우리나라 대졸초임은 2700만원 정도인데도, 인력이 오질 않는다. OECD 자료에 따르면 대졸초임이 그 나라 1인당 국민소득보다 높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아시다시피, 삼성같은 대기업들은 이미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이 거의 없다. 그들의 매출 증가는 중소기업들이 커버해주고 있는 것이다.

보통 중소기업 연봉은 2300만원 수준이기에 다들 올 생각을 안 한다. 차라리 일 안 하면 안 했지 중소기업에는 안 간다고 한다.

현재 회원사로 들어와 있는 이노비즈 기업이 1만7000개 정도 된다. 최근 3년간 이노비즈기업에서 단순하게 늘어난 일자리가 연간 3만2000~3만3000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업력도 5년 이상 돼 안정화된 이노비즈 기업들이 우리나라 성장동력 자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중소기업들은 생존 위기에 내몰려 허덕이고 있다. 대기업은 매년 20조~30조원의 이익이 난다는데 말이다.

지금은 구조적으로 중소기업이 연구소 연구인력을 뽑는다는 것 자체가 마치 재래시장하고 대형마트 경쟁처럼 돼 버렸다. 오죽했으면 휴맥스도 자기들이 필요한 인력의 반의 반도 못 구한다고 하겠나.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더 심각하다.

모든 건 대기업이 쥐고 있는 구조다. 제품을 죽어라 개발해봤자, 나중에 가면 부품 자재값까지 대기업이 목록을 만들어 정해준다. 중소기업이 어떻게 이익을 낼 수 있겠는가.

◇양세훈=선진국들은 평화로운 시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과학기술에 투자하거나 엔지니어를 육성한다.

출연연 연구원들 봉급 많이 받는다는 기사가 언론에 가끔 나오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일이다. 집에서는 왜 언론에 나오는 평균도 안되냐고 의아해 한다. 출연연에서의 신입 연구원은 석사 , 박사학위 받고, 박사후 연구과정을 거친 다른 직장보다 평균 8년 경력을 더 가진 인력이다. 연봉을 다른 직장과 비교할 때면 답답할 때가 많다.

◇손진훈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출연연 문제와 해결방안은 많은 보고서에 이미 나와 있다. 처우개선이나 기타 공공기관 해지 등에 관해 ADL 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90% 이상 잘못했다는 게 있다.

출연연은 국가기관이고, 국가의 과학기술을 짊어지고 있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처음부터 국가공무원으로 안 만든 이유도 자율성을 해칠까봐 그런 것이다.

출연연은 대학과 기업이 수행하기 어려운 일들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첫째 출연연 미션 재정립이 분명해야 하고, 두 번째는 처우개선에 들어가야 한다. 세 번째는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과학기술인력 규모가 형편없이 적다. 가장 많은 곳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 2700명 정도다. 여지가 크니 정부 스스로 인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출연연이 창조경제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을 도와야 한다는 출연연 미션을 가진 나라는 거의 없다. 독일의 프라운호퍼나 스웨덴의 VTT, 일본의 AIST, 우리나라 생산기술연구원 정도일 것이다. 미션 자체가 그리돼 있다.

창조경제를 하는 데 출연연이 기업을 도와야 한다는 미션을 주면 안 되는 이유다. 출연연은 본래 국가 정부기관이며 공공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다. TLO(기술이전조직)를 통해 기술사업화나 지식재산화를 하는 것이 창조경제 핵심이라면, 다른 조직 자체를 만들어 해야 한다.

◇이성우 공공연구노조위원장=전체적인 미션을 어떠한 프레임으로 볼 것인지가 중요하다. 단기적으로 녹색성장이니 창조경제니 하는 정부가 단순히 내세우는 기치나 정립되지 않은 개념을 마구 도입하니까 현장은 더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를 예로 들고 싶다. 벨트라는 것은 클러스터도 아니고 기초과학의 획기적인 진흥과 사업화 연계 개념으로 만들어 놨었고, 연구현장에서는 무리하고 무모하다고 지적했다. 결국은 저돌적으로 법을 통과시켰다. 밀어붙인 거다. 창조경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는 출연연 미션이 단기적인 5년의 미션이 아니라 10년, 20년 가는 미션을 설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프레임으로 공공성을 봐야 한다.

출연연은 지난 수십 년간 정부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책임은 왜 우리가 져야 하는지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한 최초 보고서가 ADL 보고서다. 정부책임이 70% 이상이라 본다. 즉, 정부정책의 실패인데, 비난은 출연연이 받는 구조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출연연 문제의 핵심은 PBS와 관료적 통제다. PBS 문제는 산학연의 협동을 막는다. PBS를 완전히 폐지하거나 바꾸지 않으면 산학연 상생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지난 5년 전 생명연-KAIST 통합 추진처럼 관료적인 통제도 문제다.

출연연을 공공의 재산으로 활용해야 하고, 그 주체는 현장 연구원들이므로 연구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전에 손진훈 위원 주장대로 연구원으로 구성된 `평의원회` 같은 장치들이 필요하다. 공공성의 잣대로 출연연을 들여다보고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강성모=영국 옥스퍼드 대학 총장이 왔었는데, 옥스퍼드대가 900년 동안 상위를 유지한 이유를 봤으면 한다. 거듭나기가 중요했다고 본다.

독일 프라운호퍼를 보면 지속성이 있다. 1996년 훔볼트 어워드를 받았다. 수상자에겐 1년간 방문 기회를 준다. 당시 8개월을 사용하고 돌아왔는데 16년이 지나고 나서도 훔볼트 재단에서 나머지 4개월을 쓸 수 있다고 알려줬다. 지속성에 감탄했다.

얼마 전 연구중심 5개 대학이 미래부와 기술사업화에 관한 MOU를 교환했다. 사업화는 다양성이 중요하다. 전부 창업에 몰리는 것도 안 좋다. 기초연구를 하는 사람은 노벨상 따도록 해야 하고, 창업에 관심 있는 인재들은 그에 맞게 장려해야 한다. 대학에서는 산학펀딩도 필요하다.

창업도 아이디어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10%는 기술이고 90%는 현금흐름, 경영, 마케팅과 같은 네트워크다. 이런 것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야 한다.

KAIST 졸업생들은 주로 대기업에 많이 가는데, 앞으로 일자리가 많은 곳은 중소기업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간판문화가 많다.

미국 실리콘밸리도 인턴십 프로그램에서 보면 다들 HP,구글 등 유명회사에 관심 있다. 하지만 그런 회사에서는 창업하는데 배울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안다. 오히려 이름 없는 중소기업에서 배울게 많다. 그래서 중소기업도 많이 간다.

우리나라는 그러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나라 문화가 변해서 벽을 깨야 할 것이다.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점수 올릴 생각을 말아야 할 것이다. 어려운 코스라도 해보겠다고 한다면 성적이 내려가더라도 교수님들이 반영해 장려해가면서 “괜찮아 더 잘할 수 있어”라고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1인 창조기업에 대한 투자가 굉장했는데, 결국 신용불량자를 많이 양산했다. 실패에 대한 대책이 있나.

◇강성모=미국에서도 벤처캐피털리스트 6명 중 1명이 성공한다. 한국에서는 망하면 3대가 망한다고 한다. 창업은 펀드레이싱을 어떻게 하는지에 달렸다.

투자자들이 기술이 좋으면 믿고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못 믿어 창업자 집을 맡기라고 하고, 나중엔 가정이 망가진다. 이런 건 고쳐야 한다.

◇손진훈=미래부서 생각해봤으면 한다. 대학 공학교육 문제 많다. 기업에서는 데려다 쓰려 해도 쓸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안되면 졸업자 `리콜 시스템`을 도입해보자. 졸업한 뒤 취업을 못하거나, 창업해서 망한 사람을 불러다 재교육하는 것이다. 인력창출이 창조경제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그런 제안을 한다.

출연연 부분을 덧붙이면 현재 2개인 연구회 이사회가 칸막이로 작용한다. 융합 정서에 맞게 통합해야 한다. 그런 뒤 융합 연구를 위한 SW연구소나 로봇 연구단, 태양광 에너지 연구단, 재료 연구단 등을 목적에 따라 일몰형으로 만들어 운영한다면 기초와 응용 벽이 허물어질 것이다.

출연연 재정립을 위해 묶음 예산제 정착과 이중 소속제 도입, 연구인력 및 보조인력 자율확충, 대학 및 기업과의 실질 협력 연구 등을 시행해야 한다.

출연연 합의기구인 평의원 제도 도입해 과제선택 및 수행주체 자율권을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하자. 그게 창조경제 출발점이다.

◇양성광=출연연 문제에 관해 90% 정부 잘못이라고 했는데, 인정한다. 다만, 나머지 출연연 몫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할 때다.

출연연 발전전략 테스크포스(TF)를 만들 때, 과제 하나하나를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거의 다 실현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출연연을 기타 공공기관에서 해지하는 것이 부처 협의도 있고 해서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하나 노력해보자. 그동안 전체 일괄 패키지로 하려 해서 안 됐다.

우리가 스스로 이렇게 변하겠다는 것을 보여 주면서 하나씩 해보자. 미래부가 최선을 다할 테니, 나머지 10%는 출연연에서 노력해 달라.

중소기업 얘기다. 출연연이 공공기술을 개발했으나 전부 요소기술만 했다. 통합적으로 하지 않았다. 자기 것만 보고, 남이 한 건 잘못했다고 했다. 정부가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이런 문화는 빨리 깨야 한다.

출연기관도 공공성이 분명 있다. 그렇기에 책임감을 갖고 할 부분이 있다. 그중 하나가 중소기업 살리기다. 그 역할에 방점이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출연연이 개발해온 기술이 4만 9000건인데 놀리고 있다. 특허유지 비용도 엄청나다. 이걸 전부 풀어서 기업에 공짜로 주는 방안 어떤가. 대신 중소기업이 매출 나오면, 다시 나누면 된다. 기술이전 착수료는 `공짜로`, 대신 러닝 로열티는 `확실하게`, 그런 개념이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 매출액과 일자리가 늘다보면, 기업이 살아나고, 스스로 임금을 높게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출연연이 표지만 바꿔서 창조경제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전에 생기원에 좋은 프로젝트가 많이 있는 걸 봤다. 다른 출연연에서 벤치마킹해서 쓰면 된다. 기업지원이나 사업화는 모든 출연연이 다 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 기능을 할 수 있는 출연연에서 하라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최대한 지원할 테니, 손톱 밑 가시를 모두 빼줄테니 출연연이 스스로 해달라는 것이다.

그동안 출연연에 `간섭`해 본 적이 없다. 이젠 간섭할 거다. 강력하게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정부가 연구회에 맡겨만 놓고 직무유기해왔다고 판단한다. 이젠 서로 머리를 맞대고, 밤새 토론하고 방안을 찾아내 실행 제도 등을 만들어보자.

◇손승원=책임은 연구원들도 분명히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연구원들이 곱고 아름답고 멋있는 R&D만 하겠다는 욕구다. 국가의 녹을 먹고 공공성이 있으니 국가에 필요한 부분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다만, 이를 적용할 때 모든 과제의 모든 상용화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닥으로 가자. 깊이 있게 갈 것은 깊이 있게 가게 해주고, 중소기업 위한 건 또 그렇게 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모든 과제에 압력이 들어오는 게 문제였다. 이를 개선하면 될 것이다.

국가적으로 일자리 창출 및 신성장동력이 위기라고 본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각 연구소에서 관련있는 사업들을 묶어 서비스 레벨이든, 제품레벨이든 한 단계 높게 끌어갈 제도가 있어야 한다. 각 과제 하나하나에 퀄리티도 있어야 한다.

현재는 모든 사업관리가 비목 하나하나마다 관리기관에서 제각각 지적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창의적인 R&D가 나오기는 어렵다. 관리의 새로운 전기 마련이 필요하다. 퀄리티가 높아지면 기관 차원에서도 사업 전체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특허부문 착수기본료는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한다. 사실 중소기업이 기술을 가져가고 싶어도 착수기본료가 비싸 못 가져가는 때가 많다. 러닝로열티를 기본으로 해서 일단 가져가고 성공하면 돈을 내게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 사회=기술 창업과 인력 얘기 좀 풀어보자.

◇성명기=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을 기피한다. 비단 자본주의 시장논리로만으로 얘기해선 안 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군인들이 전방에 1년 이상 근무해야 진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아예 연구원들 중에서 중소기업에 지원을 제대로 해줘 평가가 좋으면 그 다음 단계로 뛰어오른다거나 연봉에서 비교우위를 인정해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본다.

출연연의 성공률 98%는 믿지 못하겠다. 그러니 실제 야전에 들어가 몸으로 부딪혀봐야 한다. 기술사업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에 들어가 자기들이 해놓은 것에 대해 무엇이 문제인지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해서 개발된 제품들에만 기업들이 러닝로열티든 인센티브든 지급할 자세가 되지 않겠나.

이리되면 고액연봉도 줄 수 있을 거다. 연구원 쪽에서는 그러한 인력이 기업으로 빠져나간 만큼 충원하면, 기관-기업 인력 선순환구조가 될 것이다.

◇양세훈=기술사업화를 할 수 있는 연구소가 있고, 할 수 없는 연구소가 있다. 독일이 그렇게 구성돼 있다. 대학은 학위를 줘야하기 때문에 단기에 끝낼 수 있는 기초를 수행하고, 막스프랑크는 10년~30년이 소요되고 대형장비와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초연구를 한다. 막스프랑크에서 노벨상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막스프랑크에서 응용연구를 하려고 하는 연구자는 프라운호퍼로 보낸다.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아이디어 발굴 창출 장소가 차고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는 차고가 없다. 출연연에 대학생들이 와서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필요가 있다. 창업제품을 시도해 보려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장비는 대학이나 출연연에서 첨단 연구에 사용되는 첨단, 정밀 장비들이 아니다. 정부에서 대학생들이 출연연에 와서 여러 가지 참신한 창업제품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을 구축 해주면 좋겠다.

◇사회=아직은 미완이지만, 항우연의 다빈치랩 벤치마킹도 괜찮을 것이다.

◇양성광=손 소장께서 말씀하신 연구관리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어려운 점이 있다. 기본적인 생각에 연구관리 규정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구소 지원도 필요하다.

출연연 공작소 안건은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바로 상의해보도록 하겠다.

중소기업 지원은 평가가 핵심이라고 본다. 그동안 중소기업 지원 평가를 잘못 했던 게 평가기준이 모호했다. 건수별로만 평가했다. 이걸 세세하게 바꿔줘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연구자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만 해도 평가를 다 채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차제에 평가시스템을 바꾸자고 제안하겠다.

출연연이 출연금사업 평가 때문에 원천기술개발까지만 했는데, 일정부분을 중소기업 지원에 가게 하거나 중소기업과의 협동연구를 하게 하도록 유도하겠다. 출연연 혼자했던 것들을 꺼내놓고 같이할 수 있도록 연구회 협동연구 사업이나 정부의 사업으로 지원할 것이다. 현재 분석 중이다.

중소기업 인력문제도, 정부가 산학연 공동연구를 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면, 과제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같이 일했던 중소기업으로 취업하는 방식으로 풀어볼 수 있을 거다. 그런 사례가 생기원에 있다.

◇이성우=기초기술연구회 감사원보고서를 보면 출연연 구조의 문제를 많이 얘기하는데, 감사원에서는 여전히 사람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인력지원문제도 제도적으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그 다음에 서로가 소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정부에서 출연연에 인턴연구원을 10% 배정하며 중소기업에서 필요한 인력을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키운 뒤 중소기업에 알선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서로 안 맞았던 것 같다. 중소기업에서는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닌데 왜 받아야하는지, 당사자인 연구원 입장에서는 가고 싶지 않은데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충돌이 있었다.

충분한 의사소통 없이는 정책의 희생양만 발생할 것이다.

출연연 발전전략을 보면 `연구기관 간 칸막이 없애겠다. 융합연구에 참여하는 파견자에게는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얘기가 있는데 실질적으로 연구원 의견을 들어보면 결국 PBS가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파견 갔다오고 나서 자기 자리가 없어지거나 평가문제 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들 한다. 실제 이런 것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자발적인 경합은 없을 것으로 본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몇 천만원만 있어도 큰돈인데, 연구소에서는 몇 천만원 이하는 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이 1000만~2000만원짜리 과제 개발 요청하면 연구소에서는 PBS 때문에 인건비 등을 보태 결국 금액이 몇 천만원으로 더 불어난다.

여기서 말하는 상생 전략을 갖고 있어도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고, 사람의 의지를 촉발하지 못한다면 결국 탁상공론밖에 안 된다. 정부에서 그런 미세한 부분들을 뒷받침해줘야 할 것이다.

◇사회=최근 출연연 기관장들이 모여 발표한 출연연 발전 전략에 대해 얘기해보자.

◇양성광=출연연 파견자에게 인센티브 30% 이상 주지 않으면 나서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조금 더 도전적인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고, 그런 선례자가 갔다 와서 손해가 없도록 정부가 해주는 게 중요하다. 기관장 의지도 중요하다.

새로운 협업체계는 아직 정리가 다 안 됐지만, 기술이 사업으로 가려면 묶여야 한다고 본다. 25개의 출연연이 있으니, 그걸 묶으면 꽤 될 것이다. 그걸로 풀을 만들어 출연연 간 공동소유로 한다든지 해서, 이를 전문가가 나누고 연결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식의 새로운 협업시스템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자기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석하지 않았다. 그런 분석을 하고 출연연-대학 기술들 전부 내놔서 전문가들이 분석한 뒤 가치평가해서 박람회 등 만남의 장을 통해 연결시켜줄 것이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후속 R&D라든가 기술사업화 펀딩까지 신경써줘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이 새로운 협업시스템이다.

지금까지는 어렵다고 안 했다. 이것을 평가시스템을 통해 할 것이다. 평가를 기관장 평가와 연임, 개인평가 등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리라 본다.

◇사회=손진훈 위원께서 일본 AIST의 기술연구조합 예를 들어 도입을 주장했다.

◇손진훈=일본엔 기술연구조합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 농협같은 기술조합이다. 각 조합원이 연구비와 설비 등을 출자하고 공동연구 및 성과를 공동 관리하는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성과 사업화도 가능하다. 공동연구개발 리스크 분담 효과와 출자금 비용처리, 세제 혜택 등이 있다. 한국화해서 검토해볼 만하다.

◇양성광=공동 지주회사나 공동 기술이전전담조직(TLO) 등을 추진할 것이고, 못하는 부분은 민간에 위탁도 할 것이다.

◇성명기=창업초기 벤처기업 쪽 정책들은 많이 나오는데 안정화되어 있는 제조기술이 있는 기업들이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도록 출연연 연구인력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국가의 성장동력, 일자리 창출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출연연에서 핵심인력이 아닌 사람들을 중소기업으로 보내니 도움이 안 된다. 출연연 연구원들이 5년 근무하고 나면 1년 나가야 한다는 것을 시스템적으로 만들 필요도 있다. 진급을 못하게 하거나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한다.

◇양성광=고경력 연구원들에 대한 활용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결국 애로기술을 해결하는 것이고 필요할 때 사람의 인맥에 의한 연결이 필요할 것이다. 출연연에서 고경력자들은 충분히 능력이 될 것으로 본다. 단, 고경력자에게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사회=고경력자와 기업 간 정기적인 만남의 장을 만들어 보자.

◇양성광=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비정규직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이성우=비정규직이 없으면 연구소 운영이 안 되는 것도 문제다. 출연연 내부의 관리문제가 존재한다. 비정규직 운용이 매끄럽지 못하고, 비정규직에 의존하는 구조를 확대해 왔다.

◇양성광=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출연금에 포함된 외부인건비 전환, 총액인건비제도 등을 충분히 활용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정리=박희범 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