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개정 시행 5개월, 수혜없는 진흥법 전락…업계 "뜯어 고쳐라"

겉도는 SW산업진흥법

[이슈분석]개정 시행 5개월, 수혜없는 진흥법 전락…업계 "뜯어 고쳐라"

공공정보화 사업에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IT서비스기업 참여를 전면 제한하는 개정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이 시행된 지 5개월이 지났다. 대형 IT서비스기업이 공공사업조직을 해외사업 조직으로 전환하는 등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중견 IT서비스기업은 앞 다퉈 공공정보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정작 법 취지의 진흥 대상인 중소 SW기업에게 온기는 여전히 돌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업체는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됐다`며 진흥법의 전면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개정 SW산업진흥법 시행에 따른 시장과 업계 변화를 집중 분석했다.

SW산업 활성화를 위해 연초 개정 SW산업진흥법이 시행돼 상당수 공공정보화 사업에서 대기업이 사라졌다. 그동안 `단가 후려치기` 등 고질적인 문제를 유발시킨 원인으로 지목된 대기업이 시장서 모습을 감춘 것이다. SW업계가 문제로 지목한 대기업이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빠진 이후 SW업계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을까.

◇SW업계, 법 시행 효과 `글쎄`

SW업계는 개정 SW산업진흥법 시행에 따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가 여전하다. 상용 SW를 개발, 공급하는 전문기업은 더욱 그렇다. 단지 법 시행으로 시스템통합(SI) 파트너가 기존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대기업 대신 참여한 중견 SI 기업의 사업 관행 때문이다. 다수의 중견 SI기업들은 앞다퉈 공공정보화 시장에 진출했고, 사업 수주를 위해 저가 경쟁을 한다. SW업계 입장에서는 수혜는 고사하고 오히려 더 상황이 악화됐다고 입을 모았다.

한 SW업체 대표는 “중견 기업 간의 과당경쟁으로 과거 예가의 80% 수준이던 사업 금액이 60% 이하로 낮아졌다”고 전했다.

잘못된 하도급 관행도 개선이 아직은 미미한 편이다. 또 다른 SW업체 대표는 “대기업 대신 들어온 중견기업들도 과거 대기업과 같은 하도급 관행을 갖고 있다”며 “SW기업에 불리한 하도급 계약은 법 시행 이후에도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화 역량이 부족한 공공기관의 무리한 요구도 나아진게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과거 대기업이 대신해 주던 요건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업 중간에 수행 범위가 늘어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개정 SW산업진흥법이 SW업계에 혜택을 주지 못한 이유는 SI 사업과 SW 사업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법이 시행된 후 혜택을 본 기업들은 대부분 공공정보화 사업에 인력을 제공하는 중견 SI사업자다. SW업계에서는 애초부터 개정 SW산업진흥법은 SW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흘러나온다. 또다른 SW업체 대표는 “그동안 시장서 횡포를 부리는 대기업을 혼내주는 법일 뿐”이라고 말했다.

◇IT서비스업계, 비IT사업 진출 등 변화 심해

IT서비스 산업은 큰 변화를 겪었다.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부분의 IT서비스기업은 공공정보화 사업 참여 제한으로 상당수의 대외 매출을 잃었다.

대형 IT서비스기업 3사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개정 SW산업진흥법 시행 4개월 만에 5000억원 규모로 늘어난 예외적용 사업을 대형 3사가 독식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예외적용 사업을 수주하기 어려운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의 중견 IT서비스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일감몰아주기 규제까지 적용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정보화 시장을 잃게 돼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 IT서비스기업은 환경 변화의 대응으로 탈 IT를 선택했다. 이미 삼성SDS는 물류 사업에, LG CNS는 무인헬기와 전기차 셰어링 서비스 사업에, SK C&C는 중고차 매매사업에 진출한 상태다. 그 외 IT서비스 대기업들도 엔지니어링IT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하지 않는 중견 IT서비스기업의 공공시장 확대도 두드러졌다. 대우정보시스템, 쌍용정보통신, KCC정보통신, 대보정보통신, 진두IS 등이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LIG시스템, 현대BS&C도 국방과 공공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네트워크통합(NI) 사업에 주력했던 콤텍시스템 등도 공공SI 시장 진출에 나섰다. SW 공급에 주력하던 다우기술, 핸디소프트 등도 SI사업을 수행한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