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법 바로알기 2] 트레이드 드레스(trade-dress) 바로 알기

[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변호사]

신지식재산인 트레이드 드레스

지식재산은 전통적으로 특허, 저작권, 상표, 디자인, 영업비밀로 분류하는 게 일반적이나, 이러한 접근은 오히려 새로운 지식재산 탄생에 대하여 폐쇄적일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전통적인 범주에 포섭되기 어려운 영역이 자꾸 등장하고 있는데, 예컨대 데이터베이스, 캐릭터, 퍼블리시티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삼성-애플 소송을 계기로 최근에는 트레이드 드레스라는 새로운 지식재산 영역에 대하여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에 신지식재산권(new intellectual property)이라 불리는 트레이드 드레스에 대하여 살펴보려고 한다.

삼성-애플 소송에서 애플은 자사의 아이폰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이미지에 대하여 권리를 주장하였는데, 구체적으로 ▽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형태 ▽ 직사각형 모양을 둘러싼 테두리(bezel) ▽ 앞면에 직사각형 모양의 화면 ▽ 화면 윗부분에 좌우로 긴 스피커 구멍 등에 대하여 권리를 주장하였다. 애플은 아이폰의 이러한 특징을 삼성의 갤럭시폰이 모방하였고, 그로 인하여 소비자들이 아이폰과 갤럭시폰을 혼동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러한 주장이 바로 트레이드 드레스의 주장인 것이다.

코카콜라 병 모양을 생각하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코카콜라 병은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어 다른 음료수 병과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예컨대 여성의 몸매과 유사한 잘록한 허리 모양. 표면에 있는 웨이브 문양 등이 그러한 예이다. 이렇게 다른 음료수 병과 구별되는 독특한 특징이 바로 트레이드 드레스인 것이다.

트레이드 드레스의 개념

트레이드 드레스는 기존의 지식재산인 디자인, 상표와 어떻게 구별되는가? 디자인(의장)이란 물품의 형상ㆍ모양ㆍ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으로서 시각을 통하여 미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 정의되는데, 디자인이 상품의 기능을 중시한다면, 트레이드 드레스는 상품의 장식에 주안을 두고 있다.

상표란 자기의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하기 위하여 상품에 사용하는 표지로 정의되는데, 상품의 식별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트레이드 드레스와 상표는 공통점이 있지만, 상표의 보호범위는 대체로 표장 자체에 한정된다면, 트레이드 드레스의 보호범위는 상품의 전체적인 외관ㆍ장식이나 이미지이다.

이후에 언급하겠지만 트레이드 드레스의 보호범위는 여기에 한정되지 않고 상품이나 서비스 시설의 외형적 느낌, 판매기법 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예컨대 어떤 식당의 고유한 시설이나 느낌, 판매기법 등을 다른 식당이 모방하였다면 트레이드 드레스권의 침해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트레이드 드레스란 색채ㆍ크기ㆍ모양 등 상품이나 서비스의 고유한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하여 사용된 복합적인 무형 요소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에겐 트레이드 드레스란 개념이 낯선 것일까? 아직까지 우리나라 법제에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이미 법에 의하여 트레이드 드레스라는 권리가 보호받고 있는데, 이러한 법제의 차이로 인하여 삼성-애플 소송의 미국 법원 재판이 우리나라 재판의 결과와 달리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트레이드 드레스의 도입 과정

1989년 미국의 연방상표법(랜햄법이라고 함) 제43조(a) 조문은 기존의 Haig사의 위스키병에 대한 상표 등록, 코카콜라 병의 상표 등록 등의 관행을 반영하여, 트럭의 독특한 외관 디자인, 치어걸의 복장, 레스토랑의 메뉴와 외관, 곰인형의 외관 등을 지적재산권의 하나로 규정하였는바, 이것이 바로 트레이드 드레스에 대한 법적 보호의 시초이다.

이후 미국 연방대법원은 Two Pesos v. Taco Cabana 사건에서, 레스토랑 외관의 모양, 기호, 부엌의 평면도, 장식, 메뉴, 음식을 제공하기 위한 도구나 종업원의 유니폼, 레스토랑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반영하는 일체의 특성이 트레이드 드레스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트레이드 드레스의 범위를 서비스 시설에까지 확대시켰다.

트레이드 드레스의 성립요건

조금 더 깊이 트레이드 드레스의 개념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확립된 미국 판례에 의하면, 어떠한 모양 등이 트레이드 드레스로서 보호받기 위해서는, 비기능성, 식별성, 혼동가능성의 세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기능적이지 않아야 한다. 어떠한 모양이 실용적인 기능을 한다면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받지 못한다. 이렇게 기능적인 모양이 보호받지 못한 이유는 사실상 영구히 보호받는 트레이드 드레스를 이용하여 존속기간 범위 안에서만 보호받는 특허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의도는 이해하겠지만, 문제는 거의 모든 상품에는 항상 기능적인 부분과 비기능적인 부분이 혼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우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보호받는 범위는 비기능적인 부분에 한정되는 것인가? 둘 다 옳지 않다. 기능성 판단은 전체적인 결합 상태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미국 판례의 태도이므로(Vaughan v. Brikan), 일부 기능적인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전체가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TrafFix v. Marketing Displays 사건이 있었는데, 미국 대법원은, 형태는 기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바, 도로표지 등을 바람에 견딜 수 있게 세우는 이중스프링장치는 기능적이므로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둘째, 식별력을 제공하여야 한다. 식별력은 2가지로 분류되는데, 상품의 트레이드 드레스가 독특하여 본질적 식별력이 있는 경우에도 보호받지만, 독특하지 못한 트레이드 드레스라도 그 트레이드 드레스의 사용으로 인하여 기업이나 브랜드에게 식별력이 생기는 경우, 즉 이차적 의미(secondary meaning)를 획득한 경우에도 그 트레이드 드레스는 보호받을 수 있다. 식별성의 판단기준으로는 Seabrook 테스트와 Abercrombie 분류법이 혼용되고 있다.

식별력은 2가지 방법으로 얻을 수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은 독특한 모양이나 잘 알려지지 않는 형태나 장식,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된 트레이드 드레스는 본질적 식별력이 있어 보호받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평범한 모양이나 기본적이고 잘 알려진 장식, 세련되지 않은 형태로 이루어진 트레이드 드레스라도 그 일정기간 동안의 사용으로 인하여 기업이나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힘을 얻은 경우에는 이차적 의미 획득에 의하여 보호받는 트레이드 드레스가 되는 것이다. 삼성-애플 소송에서 애플은 아이폰이 삼성의 갤럭시폰 출시 이전에 이미 이차적 의미 획득에 의하여 식별력을 확보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식별력과 관련하여 꼭 알아두어야 하는 미국 대법원 판결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Wal-Mart Stores v. Samana Brothers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미국 대법원은 상품의 식별력과 상품포장의 식별력에 대하여 구별하여 판시하였는바, 판결의 요지는 “상품포장의 형상은 때때로 본질적 식별력을 가질 수 있지만, 상품자체의 형상은 본질적 식별력을 가질 수 없으므로 법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획득하여야 한다”라는 것이다.

셋째, 혼동가능성(likehood of confusion)을 제공하여야 한다. 두 제품을 보고 소비자가 혼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혼동 가능성을 결정하기 위한 요소로서 주로 언급되는 것이 폴라로이드 요소이다. 혼동가능성은 트레이드 드레스의 강도나 본질적인 식별력, 양 트레이드 드레스 사이의 유사성, 상품의 근접성, 소비자들의 분별능력 등을 고려하여 판단한다는 것이 폴라로이드 요소이다(Jaret v. Promotion in Motion).

트레이드 드레스의 보호범위

그렇다면 비기능성, 식별성, 혼동가능성이 있어 법적으로 보호받는 트레이드 드레스는 어떤 방법으로,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가?

일정한 상품의 형상이 본질적 식별력과 2차적 의미를 획득한 경우에는 미국 특허청의 주등록부에 등록이 가능하고, 2차적 의미를 획득하지 못한 경우에는 보조등록부에 등록이 가능하다. 법적 보호는 주등록부에 등록된 표장에 한한다.

한편 대부분의 트레이드 드레스는 등록이 되어 있지 않지만, 등록이 되어 있지 않더라고 연방상표법 제43조(a)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있다. 즉 트레이드 드레스의 소유자는 비록 등록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 모방자에 대하여 침해금지청구, 손해배상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한편 트레이드 드레스가 존속하는 동안 계속 보호받을 수 있는바, 권리 존속기간은 영구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트레이드 드레스의 사례

지금까지의 논의는 미국의 예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트레이드 드레스가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가? 앞에서 언급한 대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명문화된 보호 규정이 없으므로 미국보다 보호 수준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혀 보호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우리나라의 사례를 살펴보고, 그 다음으로 현행법의 해석으로 가능한 법적 보호방안에 대하여 논해 보겠다.

2001년 11월경, 발렌타인 17년산 병 모양을 모방하여 스카치블루 인터내셔날(12년산) 병이 제조되었다는 이유로 발렌타인 측이 스카치블루 측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서울지방법원에 제기하였는바, 이 때 법원은 발렌타인 17년상 병은 흔한 모양에 흔한 색깔을 가지고 있고, 발렌타인 12년산, 17년산, 21년산, 30년산 등 시리즈의 각 병모양에 일관성이 없어 상품표지성을 갖추지 않았고, 소비자들의 혼동가능성도 없다고 보아 가처분신청을 기각하였다. 법원의 결정에 대하여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이 결정으로 인하여 법원이 트레이드 드레스에 대하여 소극적이라는 점은 알 수 있었다.

2005년 10월경, 빙그레는 해태유업이 상표 및 의장 등록이 된 ‘바나나맛 우유’ 제품을 본따 ‘생생과즙 바나나 우유’ 제품 등을 제조ㆍ판매하였다는 이유로 해태유업을 상대로 하여 상표권등 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였다. 이 때 법원은 두 용기의 유사성, 동종의 상품이라는 점, 고객의 중복성, 용기선택의 악의성 등을 이유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여 빙그레의 손을 들어 주었다.

2005년 11월경, ‘메로나’는 판매하는 빙그레가 ‘메론바’를 판매하는 효자원을 상대로 판매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하였는바, 이 때 법원은 아이스크림 포장에 초록색을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이며, 메로나 포장이 소비자에게 특정 상품을 연상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판시하면서 가처분신청을 기각하였다.

우리나라에서 트레이드 드레스에 대한 보호수단

위 판례에서 추측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트레이드 드레스의 개념을 인정하지 않기에 직접적인 보호 수단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으로 해석으로도 어느 정도는 상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을 이용한 법적 보호는 가능한다.

우리나라 상표법은 1998년부터 입체상표를 인정하고 있는바, 입체상표로서 등록을 하였다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등록요건은 비기능성, 식별성, 혼동가능성이라는 점에서 미국트레이드 드레스 판례의 요건과 동일하다. 다만 입체상표로서 보호를 받으려면 반드시 등록을 마쳐야만 한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나라 부정경쟁방지법은 2004년부터 상품 형태의 보호를 인정하고 있는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은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형상·모양·색채·광택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을 말하며, 시제품 또는 상품소개서상의 형태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대여 또는 이를 위한 전시를 하거나 수입·수출하는 행위”을 금지하고 있는바, 여기서 상품의 형태는 트레이드 드레스의 요소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상품형태가 주지성을 획득하였다면 제2조 제1호 가목(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상표, 상품의 용기·포장, 그 밖에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標識)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거나 이러한 것을 사용한 상품을 판매·반포(頒布) 또는 수입·수출하여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로 보호받을 수 있다. 이 두 조문으로 인하여 현재로서도 상품의 형태나 색깔 등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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