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법 바로알기 3] 미국의 영업비밀ㆍ산업기술 보호강화 동향

[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변호사]

PLA(중국인민해방군) 61398부대, 맨디언트(Mandiant)의 보고서로 알려진 중국의 사이버 특수부대. 미국 기업을 스피어피싱 등을 통하여 공격하면서 영업비밀이나 산업기술, 국가기밀을 빼내는 것으로 알려진 비밀부대.

이러한 중국의 사이버공격이나 영업비밀ㆍ산업기술 유출에 대하여 미국은 발끈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2013년 5월 6일 의회에 제출하는 연례보고서(Annual Report to Congress)에서 노골적으로 “중국이 인민해방군의 현대화를 촉진하고 무기 공급의 해외 의존도를 낮출 기술과 전문 지식을 얻으려고 사이버 해킹을 저질렀다”고 발표하면서 사이버해킹 공격의 근원지로서 중국 정부와 군을 지적하였다.

[지적재산법 바로알기 3] 미국의 영업비밀ㆍ산업기술 보호강화 동향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이 미국의 ‘경제스파이법(Economic Espionage Act)’도 한층 강화되고 있고, 최근에는 오바마행정부가 2013년 2월 20일 ‘영업비밀침해 방지를 위한 행정부 전략(Administration strategy on mitigating the theft of U.S. trade secrets)’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기고에서는 미국의 경제스파이법의 최근 경향 및 위 행정부전략에 대하여 살펴보면서, 이를 기초로 결코 미국의 상황이 먼 나라의 일만이 아닌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 보고자 한다.

미국의 영업비밀ㆍ산업기술법은 민사적인 통일영업비밀법(Uniform Trade Secrets Act, UTSA)과 형사적인 경제스파이법(Economic Espionage Act, EEA, 18 U.S.C. §§ 1831?1839), 크게 2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통일영업비밀법은 1979년 보통법에 근거한 각주마다 상이한 입법태도의 간격을 줄이고자 Uniform Law Commission(ULC)의 주도하에 제정되었으며, 1985년에 개정을 하였다. 통일영업비밀법의 내용은, 민사적인 조치 즉 “정의규정(definitions), 금지청구(injunction relief), 손해배상(damages), 변호사비용(attorney`s fees), 비밀유지(preseravtion of secrecy), 소멸시효(statute of limitations)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법은 2013년 5월 현재 매사추세츠주(Massachusetts), 뉴욕주(New York), 노스캐롤라니아(North Carolina)주를 제외한 모든 주(state)와 컬럼비아 특별구(district of Columbia), 푸에르토리코(Puerto Rico)에서 시행되고 있다. 다만 매사추세츠주(Massachusetts)는 준비 중에 있다.

반면 경제스파이법은 클린턴 행정부에 의하여 1996년 11월에 시행되었는데, 인터넷의 발달과 컴퓨터기술의 발달로 외국정부와 기업의 산업스파이에 의한 영업비밀ㆍ산업기술 침해사건이 빈번해지고 그에 따른 피해가 크게 누적되자, 연방 차원에서 기술유출을 방지하고자 등장한 연방형사법이다.

1992년부터 1996년까지의 5년 사이에 경제스파이범죄는 323% 늘었고, 1996년 초기에 FBI는 800여건의 사건을 조사 중이었으며, 경제스파이범죄로 인한 연간피해액은 최대 1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최대 600만명 정도가 실직을 하였다고 한다.

경제스파이법은 외국정부 또는 외국의 기관을 위하여 영업비밀 침해를 한 개인이나 단체(economic espionage), 미국 내의 경쟁업체를 위하여 영업비밀 침해를 한 개인이나 단체(theft of trade secrets)를 나누어 차등처벌하고 있다.

이러한 처벌행위 외에 경제스파이행위로 인하여 만들어진 제품이 미국 내로 수입되는 경우 ITC(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에 의하여 제지되기도 한다(Tianrui vs ITC 사건 참조).

경제스파이법은 1996년 제정된 이래 몇 차례 개정이 시도되었는데, 그 때마다 경제스파이행위에 대한 제재는 지속적으로 강해져 갔다.

2011년 3월경, 오바마 행정부는 자국 기업의 영업비밀ㆍ산업기술 등의 지적재산권(IP) 유출을 막는 것이 미국경제 성장률 둔화와 실직률 증가를 저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고, 경제스파이범 처벌강화ㆍ위조제품 근절ㆍ스트리밍 중범죄화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지적재산권 법집행 강화에 대한 행정부의 입법권고사항(Administration`s white paper on intellectual property enforcement legislative recommendations)’을 발표한다.

이에 발맞추어 Herb Kohl 상원의원은 2011년 3월경, 경제스파이범의 법정형 상한을 15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Economic Espionage Penalty Enhancement Act of 2011을 제안한 바 있다.

나아가 2011년 10월경에는, 형사처벌 위주의 경제스파이법이 민사적인 소송원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역시 Herb Kohl 상원의원 등에 의하여 제안되기도 하였다.

2012년 12월 28일에는 United States v. Aleynikov 사건이 계기가 되어 Patrick Leahy 상원의원 등에 의하여 제안된 개정법(The Theft of Trade Secrets Clarification Act of 2012)이 채택되어 시행되었다.

United States v. Aleynikov 사건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골드만삭스에서 일하였던 Aleynikov는 트레이딩 시스템의 소스코드를 퇴직시에 유출하였다는 혐의로 기소가 되었는데, 이 사안에 대하여 제2항소법원(The Second Circuit)은 “트레이딩 시스템의 소스코드의 유출로 인하여 골드막삭스의 트레이딩 시스템의 사용이 박탈된 것이 아닌바, 경제스파이법(1996)의 「a product that is produced for or placed in interstate or foreign commerce」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경제스파이법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즉각 개정작업에 들어간 미국 의회와 행정부는 경제스파이법(1996)의 개정법(The Theft of Trade Secrets Clarification Act of 2012)을 시행하였는데, 이 법에서는 「a product that is produced for or placed in interstate or foreign commerce」을 「a product or service that is used or intended for use in interstate or foreign commerce」으로 대체하여 소스코드의 유출에 대한 처벌의 공백을 해소하였다. 결국 경제스파이범의 처벌의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2013년 1월 14일경에는 Lamar Smith 의원에 의하여 외국경제스파이범의 처벌수준을 강화한 ‘외국경제스파이범처벌강화법(Foreign and Economic Espionage Penalty Enhancement Act of 2012, EEPE)’이 채택되어 시행되었다. 이 법안은 만장일치로 상원을 통과하였다.

위 개정법에 따르면, 외국을 위한 경제스파이행위를 한 개인의 경우 벌금 상한이 50만불에서 500만불로 상승되었고, 단체의 경우 벌금 상한이 100만불에서 100만불 또는 범죄수익 등의 3배로 상승되었다.

2013년 2월 12일에는 ‘핵심기반시설의 사이버보안 향상을 위한 행정명령(Executive Order ? Improving Critical Infrastructure Cyber Security)’에 대하여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을 하였다. 이 행정명령에는 미국의 사이버 안전을 위하여 취하여야 할 조치 및 조치를 취해야 할 기한이 정리되어 있다.

일주일 후인 2월 20일, 오바마는 ‘미국 영업비밀ㆍ산업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행정부의 전략(Administration’s Strategy to Mitigate the Theft of U.S. Trade Secrets)’이라는 긴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이 보고서는 애플ㆍ페이스북에 대한 해킹 소식, 해킹의 근원지로서 PLA 61398부대를 지적하는 맨디언트의 보고서를 접한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강한 분노를 잘 드러내었다.

‘미국 영업비밀ㆍ산업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행정부의 전략’에는 5가지 전략을 소개하고 있는데, ① 해외에서의 영업비밀ㆍ산업기술 보호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집중할 것(Focus Diplomatic Efforts to Protect Trade Secrets Overseas), ② 영업비밀ㆍ산업기술의 보호를 위한 민간기업의 자발적인 최선의 노력을 증진시킬 것(Promote Voluntary Best Practices by Private Industry to Protect Trade Secrets), ③ 국내법 집행력을 강화할 것(Enhance Domestic Law Enforcement Operations), ④ 국내법제도를 개선시킬 것(Improve Domestic Legislation), ⑤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고 이해관계자를 지원할 것(Public Awareness and Stakeholder Outreach)이 그것이다.

또한 Mike Rogers 의원은 3월 28일 미국기술을 절취하는 ‘국가’에 대한 제재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입법을 구상중이라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경제성장률 둔화 방지 및 실직률 하락을 위하여 시작한 오바마 행정부의 지적재산권 정책이 이제는 중국의 견제수단 또는 대응수단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 영업비밀ㆍ산업기술에 관한 우리나라의 상황도 미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영업비밀ㆍ산업기술 법제도도 강화 일로에 있다.

예컨대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법정형을 올리려는 김도읍 의원 등의 개정안, 개인이나 비영리기관의 영업비밀을 유출한 자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려는 정부 입법안 등이 영업비밀보호법에서 발견된다.

산업기술 유출범에 대한 법정형을 올리려는 박병석 의원 등의 개정안, 국내 산업기술의 부정한 해외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 첨단기술을 해외로 불법유출한 자에 대해서는 현행법상의 처벌과 함께 그 이름 등의 신상정보 및 관련 범죄 요지를 최대 5년간 공개하는 정희수 의원 등의 개정안 등이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서 발견된다.

천연자원이 부족하기에 인적자원에 크게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영업비밀이나 산업기술 등의 지적재산권 수호는 국가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영업비밀ㆍ산업기술 보호를 강화하는 추세에 찬성하나, 다만 처벌강화, 법집행 강화만 강조하고 법논리 정치(精緻), 법의 체계화, 구체적 타당성의 달성, 기술발전 이해에 근거한 법창조에 비중을 두지 않은 탓에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고, 특히 신생기업 성장이나 벤처기업 탄생에 큰 제약이 되고 있음을 반드시 인식해야겠다.

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 변호사 hi@minwh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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