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만드는 3D프린터…`윌리봇` 동호회 인기

지난 26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대청빌딩 지하 1층. `윌리봇 공작소`라고 명명된 이곳에 노트북을 든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휴일을 이용해 내 손으로 직접 3D프린터를 만들어 보려는 동호인들이다. 제8기 `윌리봇 워크숍`이 열리는 날이었다. 워크숍 참석자는 총 12명. 이들은 미리 구입해 놓은 3D프린터 재료를 받아들고 강사의 교육에 따라 박스형 3D프린터 `윌리봇`을 조립해 나갔다. 강사는 `윌리봇` 소개에 이어 제작과정과 원리, 기계부와 전자제어부 조립방법, 펌웨어 업로드와 테스트, 소프트웨어(SW) 설치, 사용방법 등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설명에 따라 3D프린터를 조립하고, 입체 구조물을 프린팅하기 까지는 꼬박 한나절이 걸렸다. 하지만 직접 제작한 3D프린터를 들고 돌아가는 동호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26일 열린 8기 윌리봇 워크숍 참석자들이 교육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6일 열린 8기 윌리봇 워크숍 참석자들이 교육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가의 3D프린터를 저렴한 비용으로 직접 만들어 사용하려는 동호회가 인기다. 지난해 11월 개설한 네이버 카페 `윌리봇(Willybot)`은 6개월 만에 회원수가 1500명을 넘어섰다.

`윌리봇`은 FDM방식으로 200×200㎜ 사이즈까지 인쇄할 수 있는 박스형 3D프린터다. 내부 온도조절이 가능하고 듀얼 익스트루더를 탑재했다. 아직은 프로토타입에 가깝다. 동호인들이 기술을 공유하며 업그레이드를 지속하고 있는 상태다.

`윌리봇` 동호회는 지난해 오픈소스를 활용해 취미삼아 3D프린터를 만들어 온 주승환 씨가 그동안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를 공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사재를 털어 교육장인 `윌리봇 공작소`를 마련했다. 3D프린터 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미숙한 부분은 서로의 기술과 경험을 공유해 개선해 나가는 방식으로 개발을 지속했다. 회원들은 그를 `왕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동참하려는 이들이 늘어나자 체계적인 교육을 위한 워크숍을 마련했다. 교육은 초기에 동참한 1기 교육생들이 주로 맡았다. 이렇게 시작한 워크숍이 벌써 8회째를 맞았다. 9기 워크숍은 오는 6월 2일 개최한다.

동호회에서는 워크숍 교육을 받은 회원에 한해 `윌리봇`을 제작해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윌리봇`이라는 브랜드만 표기하면 된다. 판매 수익을 올리면 교육 기부금을 받아 워크숍 교육장 운영비로 활용할 계획이다.

워크숍에 참석해 교육을 받고 3D프린터도 장만하려는 회원이 늘자 재료 조달을 위한 판매사도 생겼다. 1기 교육생 가운데 3명이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개인적으로는 구입하기 어려운 수입 부품 등을 포함해 3D프린터 조립에 필요한 재료를 모아 키트 형태로 판매한다. 가격은 95만원. 순수 재료비 수준이다.

주승환 씨는 “워낙 고가라 일반인은 사용할 수 없는 3D프린터를 100만원대 보급형 제품으로 만들 목적으로 동호회를 만들었다”며 “개인적으로 도전했던 3D프린터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윌리봇`이 가정용 3D프린터 시대를 열어주기를 바란다”고 기술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